고물가로 1년새 반토막난 소비, 내년엔 더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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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고물가로 1년새 반토막난 소비, 내년엔 더 줄여 소비 발목잡은 ‘고물가’…식료품·주거비 걱정은 더 늘어

기사입력2023-12-1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물가로 1년새 소비가 반토막난 가운데, 국민들이 내년에 가계소비를 더 줄일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에 따르면,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결과 절반 이상인 52.3%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47.7%에 그쳤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11월말에 진행했다.

문제는 소비지출이 올해 이미 크게 줄어들었는데, 내년도 또다시 소비를 줄일 것이란 응답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는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는 지난해보다 1.9%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2022년(4.1%)에 비하면 증가율이 1년새 반토막난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에 4.9% 감소했지만, 2021년 3.6% 증가로 전환한뒤 2022년에 증가폭이 더 커졌지만, 올해들어 크게 위축됐다.

내년에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이유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결과. <자료=한경협>

내년도 소비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을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하위 20%인 소득1분위가 35.5%에 불과한데 반해, 상위 20%인 소득 5분위는 60.9%에 달했다. 소비지출 계획에서 양극화가 크게 나타난 모습이다. 특히 소득 5분위는 지난해 같은 조사(48.0%)보다 소비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12.9%p 늘어났다.

◇소비 발목잡은 원인은 ‘고물가’=내년에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주요 이유로는 가장 많은 43.5%가 고물가 지속(43.5%)을 꼽았다. 이 밖에도 지출증가 우려로 인해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으로는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채무상환 부담 증가(8.7%), 주거비 부담 증가(5.7%) 등이 있었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문제 우려도 소비지출 축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실직·소득 감소 우려(13.1%), 자산소득 및 기타소득 감소(9.0%) 등이 있었다.

품목별로는 여행·외식·숙박(20.6%), 여가·문화생활(14.9%), 의류·신발(13.7%) 등의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반면 소비지출을 증가시키겠다는 응답자들은 이유로 생활환경 및 가치관·의식 등 변화로 특정품목 수요 증가(2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기존제품(내구재, 전자제품 등), 의류, 가정용품 노후화·유행 변화로 교체 필요(20.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를 늘릴 품목으로는 음식료품(22.7%), 주거비(21.7%), 생필품(11.8%) 등을 꼽았다. 고물가의 영향을 직접 받는 생활 필수품목들에서 불가피한 소비지출 확대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엿보인다.

◇소비는 느는데 여력은 부족해=이처럼 고물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여력은 더 부족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응답자 중 42.1%는 내년 소비여력이 부족할 것이라 답했고, 충분하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부족한 소비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업·아르바이트(42.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예·적금 등 저축 해지(22.2%),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5.4%), 신규대출 확대 및 기존대출 연장(9.7%), 정부 지원 프로그램 신청(8.0%) 순이었다.

내년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악화될 것이란 응답이 42.2%로 개선(11.3%)될 것이란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도 46.5%에 달했다.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3.6%)이 첫손에 꼽혔다. 이밖에 금리인하(16.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완화(15.4%), 농수산물 등 수급 안정(11.3%), 금융지원 확대(7.4%), 자산시장 변동성 최소화(5.7%) 순이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도한 부채부담과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펀더멘털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소비지출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금융부담 완화 노력과 함께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확대로 가계의 소비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