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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학생 품으로 돌아온 첨단문화공간 ‘폐교’
웃다리문화촌,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별난독서문화체험장, 인천난정평화교육원
- 기사입력2024-01-14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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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에 위치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의 융복합스포츠콤플렉스. 디지털 농구대 10대, 아날로그 정식 농구대 1대가 있으며 빔, 스피커, 롤 스크린 등 영상시설이 완비돼 있어 스포츠 영화를 관람하기도 하고, 체험 프로그램 활약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년에는 온 가족 스포츠데이라는 이름의 가족 단위 주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기이코노미“시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전시·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이 아름다워서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가 좋습니다.”경기도 평택교육지원청 관재노사팀 최은규 주무관이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웃다리문화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지난 2000년 문을 닫은 서탄초 금각분교장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웃다리문화촌은 최근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꼽히며 평택의 대표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2006년 개관하기 전까지 버려진 폐교에 불과했다.교육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문을 닫은 초중고교는 3922곳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가팔라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 수는 매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을 닫는 학교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지역사회가 늙고 있다는 뜻이며, 지역사회의 경제적 파급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폐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폐교가 지역주민을 위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모범 사례를 살펴봤다.스마트 체육장비가 가득…융복합 스포츠 콤플렉스폐교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농어촌 지역이나 외곽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학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에 위치한 기흥중학교가 대표적이다.
50m 레인. 그동안 학교 복도에서 뛸 수 없던 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복도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중기이코노미
미니 풋살장. 챔피언스 리그처럼 다양한 음향 효과를 줘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그물 뒤편의 복도에서는 드론을 띄우는 연습도 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아이들이 직접 만든 드론. ©중기이코노미
스마트 밴드를 터치하면 미리 기재한 학생 정보가 키오스크에 뜬다. 이를 통해 구간별 측정과 전체 기록, 심박수도 표시되는데, 최대심박수에 오르지 않은 학생은 운동을 추가로 더 한다. 참고로, 체력이 향상될 정도의 운동을 하려면 최대심박수에서 65% 이상 운동강도가 돼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3분 동안 랜덤으로 바닥의 네모 칸에 불빛이 나오고, 밟아야 성공한다. 선수들이 하는 사이드 스텝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가져온다. ©중기이코노미경기도교육청 체육건강과·경기학생스포츠센터 담당 권형 장학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옛 기흥중학교 바로 정면에 이곳보다 훨씬 규모가 큰 신갈중학교가 위치해 있고, 인근에도 다른 중학교가 몇 군데 더 있다”며, “게다가 이곳은 구도심이다. 근처 신도시에 아파트 단지가 대거 생기면서 많은 아이들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이런 이유로 기흥중학교는 2019년에 폐교했지만, 리모델링을 거친 후 2021년 3월에 오픈하면서 경기도의 학생과 교사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장소로 변모했다.권형 장학사는 “폐교 전인 2017년부터 용인교육지원청에서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제안사업을 요청했다. 그중 경기도교육청 체육건강과에서 제안한 사업이 선정돼 폐교 후 1~4층까지 리모델링을 해 2021년 3월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경기도교육청 예산 78억원과 용인시 예산 191억원을 투자해 지은 이곳은 매년 초만 되면 일 년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권형 장학사가 스키폴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등 근육과 하체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로잉머신과 스마트 트레이너를 장착한 사이클, 스쾃, 스마트 트레드밀 등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있다. 로잉머신은 앱을 통해 실제 조정경기장처럼 화면이 나타나며 전국의 IT 체육교실을 갖춘 학교의 학생들과 실시간 경쟁이 가능하다. 뒷바퀴 대신 스마트 트레이너를 장착한 사이클 역시 앱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과 경기를 펼칠 수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타날 때마다 기어와 패달링에 변화를 줘 현실감을 부여했다. ©중기이코노미
각종 체험시설과 놀이 시설들이 구비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스포츠 창작실. 발레, 스트레칭, 폴댄스 등을 할 수 있는 공간. 특히 작년에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달빛체조교실이라는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중기이코노미권 장학사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오픈해 첫해에는 560명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도에는 2400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에는 3300명의 학생이 다녀갔다”며, “인기가 점점 올라 1월에 공문을 내면 2주 만에 일 년 치가 마감될 정도다. 올해는 16일에 공문을 낼 예정인데 벌써 기대가 된다”며 흡족해했다.권 장학사에 따르면, 접근성이 좋은 수원, 용인, 여주, 평택, 화성 등 남부권에서 많이 온다. 가족단위로 오기도 하지만, 85%의 체험객은 단체 학생이다. 이곳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IT 장비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육교육 관련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5명의 강사가 지도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체육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사가 없기 때문이다.작년 10~11월에는 경기도 IT 스포츠 대회를 열었는데,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그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당 9000만원을 지원해 총 56개교에서 IT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시설 공사와 장비를 구입했다”며, “그중 앱을 기반으로 한 트레드밀, 사이클, 로잉머신을 타지역 학생과 비대면으로 경쟁하는 대회를 열었는데 아이들이 무척 신나 했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대근육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신체활동이 들어가기 때문에 코로나19때 체력이 떨어졌던 아이들이나 미세먼지 시기에 신체활동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특화돼 있는 공간. 농구 연습장은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안전교육도 진행하는데, 권형 장학사가 CPR 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또한,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교육도 한다. 얼마 전에는 프로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동처방사를 초빙해 부상 방지를 위한 스포츠 테이핑 방법을 교육했다. 체대 입시나 스포츠 에이전시·스포츠마케팅 등 체육계열로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진로 아카데미도 진행한다. 이외에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도 기획, 운영한다.게다가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건물 맞은편에는 2025년 하반기에 다목적체육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농구, 배드민턴, 수영 등을 할 수 있는 시설과 162면의 지하 주차장이 들어선다. 주차장 위로는 경기도 체육건강과에서 5억원을 들여 친환경 잔디를 심어 운동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서 하던 프로그램의 범위가 넓어져 실내외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지역주민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부족한 주차공간도 마련할 수 있어 주민들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고 권형 장학사는 전했다.권 장학사는 “현재 센터는 2~3시간에 걸쳐 오전과 오후 두 타임으로 운영한다. 교육 전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강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땀도 많이 흘리며 적극적으로 임하고, 만족도도 큰 편”이라며, “앞으로는 좀 더 많은 학생이 와서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억원을 호가하는 방송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고등학교의 방송부 동아리 아이들이나 카메라 감독,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연습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중기이코노미
바이크 레이싱 존. 바이크와 한 대에 50만원을 호가하는 미니 레이싱카가 놓여 있다. 바이크를 통해 전력을 발생시키면 레이싱카가 달리는 구조로, 트랙 한 바퀴당 20m를 주행하는 효과를 주며, 1분당 약 13Kcal를 소모한다. 실제 기자도 체험한 결과 트랙 두 바퀴를 주행했을 뿐인데 숨이 가쁘고, 상체뿐 아니라 하체가 떨릴 정도로 고강도의 운동 효과가 나타났다. ©중기이코노미캠핑족과 지역주민 모두 만족시키는 ‘작은 도서관’1998년도에 폐교한 파주시 금곡초등학교는 캠핑족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산골짜기로 둘러싸인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함께 도서관과 캠핑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별난독서문화체험장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책농장에서 운영하다 2년 가까이 휴지 기간을 가진 후 뮤직오션컴퍼니가 수탁받아 운영한 지 3년째”라고 설명했다.
별난독서문화체험장 전경. 캠핑 데크와 샤워실, 주방 시설을 갖췄다. 이곳은 2023년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공공 우수야영장에 선정된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실제 이곳은 몇 번의 과도기가 있었다. 9414㎡의 부지 면적에 총 23개의 캠핑공간, 화장실, 샤워장, 주차장 등을 갖추고 2017년 7월 문을 열었지만, 운영업체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2019년 문을 닫았다. 휴지기를 가진 후 2022년부터 뮤직오션컴퍼니가 운영을 맡아 별난독서문화체험장으로 리모델링해 캠핑, 독서, 예술을 녹여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운동장에는 야영장 17면, 주차장 33대, 숲속 도서관, 샤워실, 6대의 싱크대가 설치돼 있다. 본관에는 금곡작은도서관을 비롯해 별난스튜디오, 별난다락방, 별난사랑방, 별난배움터, 달빛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강의실, 사랑방 등이 마련돼 있다. 여름에는 간이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관계자는 “아무래도 도서관이기 때문에 독서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고, 어린이, 노인,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종이접기, 쿠키아트, 북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며, “방문객의 비율을 살펴보면 주민과 외지인이 반반”이라고 말했다.이어 “지역민과의 상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살린 어르신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며, “작가를 초빙해 어르신이 삼삼오오 이야기하듯 그들의 삶의 굴곡들을 말로 풀어내고,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드는 인생 노트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덧붙였다.
본관으로 들어서면 각종 예술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강의실, 메인 도서관이 있다. ©중기이코노미지역특색 살린 교육기관 탈바꿈…평화·공존을 알리다서울과 그리 멀지 않아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강화도 교동도는 최근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다. 전통시장과 플리 마켓이 한 장소에 있고, 다양한 먹거리와 카페가 늘어서 있어 시골이지만, 트렌디한 장소로 이미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 전경. <사진=인천난정평화교육원>
난정평화교육원 미디어아트 전시관. <사진=인천난정평화교육원>
꽃우물 카페 모습. <사진=인천난정평화교육원>하지만, 이곳은 접경지역이다. 이런 지역적 특색을 살린 교육기관이 작년 6월에 개원했다. 2019년도에 난정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리모델링해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인천광역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 담당 교육연구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원래 강화와 교동지역은 지역민이 학교 부지를 기증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면서 통폐합 과정을 거쳐 현재는 교동초등학교만이 남아있다”며, “아무래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이 시간상 효율적이기 때문에 문을 닫게 된 학교에서 2022년 6월에 시범운영으로 1일 형 교육부터 시작했고, 2023년 4월에 객실을 완비해 그해 6월30일에 개원했다”고 소개했다.이어 “이곳이 접경지역이기도 하고, 한강하구 중립수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또한, 원주민들이 한국전쟁 당시에 북한에서 건너온 실향민을 포용해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교동을 평화의 섬으로 부르는 이유다”라며, “이런 지역적인 특색을 고려할 때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그만큼 이곳은 폭력과 전쟁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장소들이 많고, 실향민이 정착해 만든 대룡시장을 비롯해 망향대 등 평화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들도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전쟁과 폭력, 차별과 혐오, 다양성 존중을 테마로 현장체험 중심의 교육을 진행해 평화 감수성을 기르고,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거리가 멀고,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해 주로 1박2일 코스로 진행하며, 20명씩 3그룹으로 나눠 하루 최대 60명에게 교육하고 있다.
망향대, 철책선, 화개산에서 현장 교육하는 모습 <사진=인천난정평화교육원>담당 교육연구사는 “처음에는 학생이나 시민들이 힐링이나 여행의 일환으로 왔다가 평화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특히 군인들이 총을 들고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하고, 철조망이 쳐져 있는 모습을 보며 살짝 긴장하다가도 교동도 안으로 들어오면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워한다”고 말했다.이어 “민간인 통제구역이라고 하면 위험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막상 사람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고정관념이라는 것에 대한 충격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교육을 받으면서 비평화적인 모습을 보고 교육생들이 느끼는 바가 많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대표적으로 제비를 테마로 하는 교육을 살펴보면, 실향민의 아픔을 공유함과 동시에 자연이 훼손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임을 깨닫게 된다.담당 교육연구사는 “제비가 황해도에서 흙을 물고 와 대룡시장에 집을 짓는다. 아무래도 제비가 집을 지으면 지저분해 미관상 좋지 않지만, 사람들은 고향에서 온 흙이라는 생각에 제비를 귀한 손님으로 여긴다”며, “이를 통해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느끼고, 자연물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번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했다.평화와 공존을 테마로 한 교육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시범 운영기간이었던 2022년에는 1000명의 시민이 다녀갔고, 작년에는 6800명의 교육생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도 높다. 교육생 중 51%는 초중고교 학생들이고, 49%는 일반시민이다.이외에도 난정평화교육원은 지역민과의 상생을 위해 무료 무인 카페도 항시 개방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민이 손님을 맞이할 때 이곳에서 차를 대접하기도 하고, 사랑방으로 이용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