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한데…홍해 해상운송 차질 여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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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물가 불안한데…홍해 해상운송 차질 여파 우려 당장은 영향 크지 않지만, 장기화 시 원유가격 불안 가능성

기사입력2024-01-1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홍해 해상운송 차질이 글로벌 물가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1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는 “올해 국내성장과 물가흐름은 당초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몇 년간 국내외 경제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던 글로벌 통화긴축은 주요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좀 더 진전을 이루게 되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누적된 통화긴축의 파급영향, 그에 따른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한동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를 지나는 화물선 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홍해-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운송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보고서는 이와 함께 “이에 더해 최근 중동정세 불안 지속에 따른 공급망 차질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정세 불안의 중심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전쟁에 있었는데, 최근 전쟁의 불씨가 홍해 해협으로까지 퍼져 나가면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16일 내놓은 ‘홍해 해상운송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 보고서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서방 연합군과의 무력충돌도 점차 격화되면서 홍해-수에즈 운하를 이용한 글로벌 해상운송에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 상황이 글로벌 물가불안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지만, 상황이 확대되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교역 12%가 지나는 핵심항로가 전쟁에 노출

보고서에 따르면,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는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를 포함해 연간 글로벌 교역의 12%가 지나가는 핵심 해상운송 경로다. 이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상품무역 경로이면서 동시에 원유 및 석유제품, 천연가스 교역에 있어 중요한 해상 경로”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문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이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 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현재 다수의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홍해-수에즈 운하 이용을 중단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운송거리가 늘어나면서 현물 해상운송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화물선 및 유조선 수는 일평균 52.3대로 2023년 73.6대에 비해 29.0% 감소했다. 반대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화물선과 유조선은 2023년 일 평균 48.9대에서 올해 71.0대로 45.1%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들어 글로벌 컨테이너 종합운임은 2023년 12월말 대비 85.0% 상승했고, 같은 기간 상해-로테르담, 상해-제노아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은 각각 164.3%, 166.5%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최근 해상운송 차질이 2021~2022년과 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고 봤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주요국 수요가 약화된 가운데 재고는 충분해 일부 배송 지연에 따른 공급부족이 발생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자극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현물 해상운임의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우려할만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 해상 운송비용은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대한 계약운임으로 대부분 사전에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근 현물 해상운임의 급등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해 해협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 중동산 원유 공급차질 및 에너지가격 급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번 중동지역 갈등 상황이 사우디 등 주변 산유국으로 확산되거나 이란에 대한 제재가 더 엄격하게 시행될 경우 상당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차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7%가 통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호르무즈 해협은 수에즈 운하에 비해 더 큰 원유 공급차질 및 국제유가 급등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동사태 악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연될 경우 금리인하 기대가 큰 폭으로 반영된 시장과의 괴리가 더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높은 변동성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