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주식회사 갈등…경기도 ‘역할’ 필요하다

프린트

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경기도주식회사 갈등…경기도 ‘역할’ 필요하다 경영정상화 통해 안정적으로 중소기업 판로 지원사업 이어가야

기사입력2024-01-3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이하 경기도주식회사)가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경기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를 지원하고 있는 기관의 불안정한 모습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경기도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사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주식회사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당시인 2016년 10월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우수제품 판로개척과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 위탁사업을 통한 위탁수수료와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벤더 역할을 통해 얻는 판매수수료가 주 수익원이다. 출범 후 경기도주식회사는 지속적인 적자를 이어오다 2020년 공공배달플랫폼 배달특급과 미디어커머스 사업 등의 호조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최근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복지 줄이고, 경영진 비대” vs “갈등 없고, 복지삭감 아냐”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로고. <자료=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는 현재 9개월째 대표이사가 공석이다. 경기도주식회사 노조측은 경기도주식회사의 위기 원인을 고위직 낙하산 인사와 비대해진 경영진으로 꼽았다. 노조측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덕수상고 후배인 우리카드 출신 이승록 상임이사가 입사한 이후, 임기가 2년 가량 남은 이창훈 대표이사가 물러났다고 한다. 이승록 상임이사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하며 임기가 남은 기존 인사위원회 교체를 강행하고, 우리카드 출신 인사를 1급 경영인(경영본부장)으로 채용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해 경기도주식회사는 그동안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집중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사측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복지를 줄이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진은 비대해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이 원칙과 기준없이 빈번한 인사로 조직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6개월 동안 5회 이상 인사발령을 해 직책 체계가 무너졌고, 그동안 노사협의회 합의로 진행돼왔던 주 35시간 근무제 해제와 복지삭감을 주장하며 사측이 직원들과 갈등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주 35시간제는 다른 기관 대비 인건비가 낮은 경기도주식회사 임직원을 위한 복지의 일환이었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노조는 사측이 최근 입사한 신입직원들에게는 사전 동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예외로 하고 있어, 직원들 간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입 대상자 58명 중 40여명이 현재 노조에 가입했다”며, 노조는 직원들의 노조가입률이 과반을 넘기며 본격적으로 단체교섭 준비에 돌입해, 사측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사측의 노조탄압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노조 가입여부를 묻고 있다며,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 입장에서는 노조 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고, 이는 노조 와해의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와해와 경영 위기가 외부에 공공연히 알려져 있음에도 경기도는 산하기관인 경기도주식회사를 방치하고 있다며, 경기도의 책임있는 대처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대해 이승록 상임이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좀 있었을 뿐 내부 갈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상임이사는 경기도주식회사에 임원 TO가 4명이었는데, 대표이사와 본부장 1명이 그만 둔 상태여서 본부장을 추가로 고용한 것이며, 직원 퇴사에 따른 인사 이동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원 복지삭감은 임원 자녀에 집중된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폐지했을 뿐 복지삭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5시간 근무체제에 대해서는, 다시 40시간으로 돌리는 것은 노조와의 협의사항이므로 변경할 계획이 없으나, 새로 채용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40시간 근무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상임이사는 노조가입 여부를 물은 것에 대해서는, 경영·인사·회계·재무 등의 직무에 노조원을 배치할 수 없기 때문에 확인했을 뿐,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 가입을 막거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관련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의 운영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에 대해 20% 출자를 하고 있어, 임직원의 채용과 운영 등에 대해 지도감독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관리 업무에 대해 철저를 기하라는 권고 공문를 지난해 12월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25% 이상 출자한 경우에만 관련된 업무·회계·재산 등에 대한 행정사무 감시 또는 조사가 가능하다. 또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25% 이상을 출연한 경우에만 임직원의 인사 및 조직운영 등을 지도할 수 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 산하기관이지만, 경기도가 20%를 출자하고 있어 운영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

경기도 중소기업을 위한 기관…경기도의 역할 필요해 보여

경기도주식회사가 이같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우선 이에 속한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과 업무효율 저하 등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경기도주식회사를 믿고 판로를 개척해가고 있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주식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 것은 경기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결국 경기도주식회사가 자체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경영쇄신을 이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경기도가 마냥 손 놓고 있어서도 안되며, 경기도의 위탁사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기도주식회사의 사업구조상 경기도의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와관련해 경기도의회 이용호 도의원은 지난해 11월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경기도 경제투자실 예산안 심사에서, 경기도주식회사에 대한 출자 비율을 높여 행정사무 감사를 받도록 할 것을 요구했고, 경기도 경제투자실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용호 도의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기도가 보유한 경기도주식회사의 지분으로는 경기도주식회사에 대한 감독이 불가능하고, 이에 따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기도의회와 경기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며, “경기도주식회사 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을 위해서도 경기도주식회사는 존치해야 하고, 경기도의회도 경기도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도주식회사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업형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수행하고 있는 배달특급의 경우, 입점 상인들로부터 1%의 수수료를 받아 경기도주식회사의 수익이 된다. 배달특급이 1000억원 매출을 올리면 이중 1%인 10억원이 수익이 되는데, 이중 배달특급 사업에 대한 재투자 및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은 경기도에 반환하도록 돼 있다. 경기도 위탁사업에 100% 의존하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의 자본잠식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체사업을 확대하거나, 위탁사업 수익의 일부를 경기도주식회사에 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통한 매출 극대화를 목표로 출범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를 비롯한 경기중소기업연합회 등 지역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출자해 탄생한 기관이다. 경기도가 경기도주식회사의 운영이 정상화되도록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현재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면, 지분 확보 등을 추진해 경기도주식회사가 제 역할을 할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