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사칭 SNS 투자광고 알고보니 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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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유명인 사칭 SNS 투자광고 알고보니 금융사기 어떤 수법 쓰길래…개인정보 입력하거나, 돈을 보내서는 안된다

기사입력2024-01-22 00:0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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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인, 연예인, 교수, 애널리스트,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을 사칭하며, 금전 투자를 유도하는 광고가 SNS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사칭 광고는 금전을 탈취하기 위한 사기이며, 피해자들도 날로 늘고 있다. 주로 어떤 수법으로 사기가 이뤄지는지, 이러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라면, 한 번쯤은 유명인사를 사칭하는 광고를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광고는 엄연히 사기이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로 유명인이 직접 운영하는 주식리딩방인 것처럼 속여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가입을 유도한 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유혹하며 투자금을 편취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사이트를 소개하며 투자를 하라고 속이기도 한다. 유명인의 저서를 주겠다고 한 뒤, 책을 받기 위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네이버 밴드에 남기도록 유도하고 유료 투자상담이나 강연에 참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사기수법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사기범들은 초반에는 투자자에게 미끼로 돈을 쥐어주고, 이후에는 유료 회원료를 갈취해 이득을 챙긴다. 투자자에게 회비를 받은 뒤 주식리딩방을 폭파하고 잠적하기도 한다. 투자자들에게 특정 웹페이지에 접속하거나 휴대폰에 모바일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는데, 이는 가짜 주식거래페이지다. 웹페이지와 모바일앱에서 실제 주식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며내 높은 수익이 나오는 양 속이고 투자금을 갈취하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본떠 가짜 홍보페이지를 만들고, 유명인이 해당 언론사와 실제 인터뷰를 진행한 것처럼 연출해 보는 이를 현혹시킨다.

거짓으로 기부금을 받아 금전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지난 12월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에 너무나 많은 (저의) 사칭 계정이 생겼다”고 밝혔다. 서경덕 교수를 사칭한 사기 계정이 서 교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독도 홍보를 위해 돈을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서 교수는 팔로워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으며, 팔로워에게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기업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증권사의 사명과 로고를 교묘하게 편집해, 불법 주식리딩방으로 유도하는 사기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를 사칭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주로 고수익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일정한 회원료를 지불하면 유망한 주식종목을 알려주겠다고 현혹한다. 돈을 송금하면 대기업의 주식을 지급하겠다는 거짓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금전 피해로 막막한 투자자, 평판 하락으로 괴로운 유명인

김미경 강사를 사칭한 인스타그램 사기 광고

이러한 사기로 인한 피해는 날로 늘고 있다. 피해 유형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와 사칭을 당한 유명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불법광고에 속아 돈을 송금한 투자자다. 최근 유명인과 애널리스트, 교수 등을 사칭한 광고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기범들은 주식 정보를 제공하며 투자를 유도한 뒤,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각지에서 피해 신고를 마친 투자자는 150여명이며 피해액은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신고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기범의 사칭으로 오해를 받거나 평판에 손해를 입는 유명인도 늘고 있다. 최근 개그맨 황현희 씨는 자신을 사칭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들을 캡처해 SNS에 올렸다. 황현희 씨는 “이는 전부 여러분의 돈을 노리는 사칭 광고이며, 저는 개인적인 상담이나 오픈 카카오톡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타르의 유명 사업가 위삼 알 마나(Wissam Al Mana)는 2019년 페이스북의 불법사칭 광고로 명예훼손 피해를 입으면서 2020년 메타를 고소했다. 2023년 12월 메타는 위삼 알 마나에게 공개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호주의 기업인 지나 라인하트(Gina Rinehart)는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직접 항의서한을 보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사칭하는 거짓 광고가 만연해 무고한 사람들이 속고 있으며, 의도적인 사기성 콘텐츠가 범람하지 않도록 메타가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2월 OK저축은행은 “최근 OK금융그룹을 사칭하는 ‘OK금융투자’라는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이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OK저축은행, OK금융그룹과는 전혀 무관하며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며, “절대 송금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기승을 부리는 SNS 사칭 광고, 왜 근본적인 해결 안 될까

SNS 사칭 광고는 나날이 판을 치고 피해자는 늘고 있지만, 해결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걸까?

첫째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플랫폼 사업자에 사칭 광고 게재 근절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 또한 현행법상 타인을 사칭하는 것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으며, 사칭으로 인해 사기나 명예훼손 등 2차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 및 민사 대응이 가능하다.

이에 타인 사칭을 둘러싼 법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차 피해가 없더라도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행위다. 더군다나 2차 피해로 번질 때까지 사칭 문제를 두고 보아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2020년 7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칭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명예훼손이나 재산침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타인 사칭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라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비대면으로 맺는 관계와 업무가 늘어나고 있고,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며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세부적인 논의나 별도의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수많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는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모든 콘텐츠를 사전에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콘텐츠가 유통, 노출된 뒤에 신고와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 규제하는 수밖에 없다. 즉 콘텐츠를 아무리 빠르게 삭제하더라도 피해자가 나올 확률은 여전히 존재한다. 메타 역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부적절한 콘텐츠를 검토하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개선되었다고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메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0월 자신을 사칭하는 페이스북 계정을 메타에 신고했지만, 메타는 “규정 위반이 아니라서 삭제할 수 없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칭 피해 당사자가 직접 나섰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메타가 해외 기업인에게 고소를 당하거나 항의서한을 받은 것만 보더라도 근본적인 해결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메타는 지난 12월부터 유료 본인인증 서비스인 ‘메타 베리파이드(Verified)’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했다. 월 2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정부 발급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 후, 프로필에 파란색 인증 배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자신들은 유료서비스로 배를 불리고, 계정 사칭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전 송금을 유도하면 ‘사기’…개인정보 입력해선 안된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도 유명인 사칭 광고 대응에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10월 구글, 메타, 카카오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에 공문을 보내 ‘유력 인사 명의도용 관련 자율 규제를 강화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지난 10월 유명인을 사칭하는 광고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메타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SNS나 유튜브에서 게재된 모든 광고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금전 송금을 유도할 경우 사기라고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료 책 나눔 등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절대 입력해서는 안된다. 은행이나 기업의 광고처럼 보일 경우, 반드시 해당 은행이나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나 고객상담센터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