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정치적’ 이득을 향하는 가짜 뉴스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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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금전적·정치적’ 이득을 향하는 가짜 뉴스 범람 우리는 진실을 원할까?…자신의 정보 소비습관부터 돌아보자㊦

기사입력2024-04-09 00:00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정보의 진위 여부를 일일이 구별하기 어려워졌고,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등이 발전하면서 잘못된 정보 또는 착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알고리즘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빠르게 공유·확산되고 있다.

잘못된 정보 또는 가짜 정보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가짜 뉴스’다.

◇금전적·정치적 이득 향하는 가짜 뉴스=가짜 뉴스란 언론 보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뉴스를 뜻한다. 정치·경제적 의도를 가지고 조작된 내용을 유포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의도성이 없는 ‘오보’와는 차이가 있다. 즉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보 생산과 확산에 힘입어, 특정 의도를 지닌 정보가 이전보다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이 가짜 뉴스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 이득 때문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짜 뉴스를 생성하고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달성하면, 이것이 곧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동영상 콘텐츠 맥락 분석을 하는 인공지능(AI) 기업 파일러에 따르면, 축구 선수 이강인을 소재로 한 가짜 뉴스 콘텐츠가 2월14일부터 2월27일까지 다량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 선수와 관련한 가짜 뉴스 영상은 총 361개였으며, 채널은 195개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들의 총 조회수는 6940만899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일러는 해당 영상 조회수를 기반으로 약 7억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진영에 유리한 내용을 퍼뜨려 지지 세력을 결집하거나, 다른 진영에 불리한 내용을 퍼뜨려 비방하거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특히 텍스트로 된 가짜 뉴스보다는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의 파급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영화감독인 조던 필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는 천하에 쓸모 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 조던 필은 딥페이크 기술이 내포한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해당 영상을 만들었다. 현실에서 악의적인 의도로 만들어지는 다른 딥페이크 영상들의 규모와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가짜 뉴스의 잠재적 문제는 더욱 클 수 있다.

가짜 뉴스란 언론 보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뉴스를 뜻한다. 정치·경제적 의도를 가지고 조작된 내용을 유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처럼 가짜 정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주변을 둘러싼 모든 정보를 제대로 판별하기가 어려워지고,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자극적이고 거짓으로 점철된 정보가 범람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 분열이 심화될 수도 있다. 타인에 관한 신뢰가 무너지고, 공동체나 민주주의의 신뢰가 훼손될 수도 있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공격이 만연해질 수 있다. 반대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진실을 말하는 콘텐츠가 수면에 드러나지 못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소외되거나,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과연 인간은 진실에 관심이 있을까?=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세상에서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이는 앞으로 큰 사회적·개인적 과제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다. AI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면 뉴스 기사와 콘텐츠를 분석하고, 정보의 출처 및 가짜 뉴스나 거짓 정보에서 보이는 패턴 등을 파악해 이를 걸러낼 수 있다.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것으로 응용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가짜 뉴스가 확산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판별하고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이를 콘텐츠 노출 여부에 반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교육적 측면의 조치도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100%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내용을 더욱 쉽게 믿는 인간의 편향을 인지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보를 분별해서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의 윤리적 책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동 청소년뿐만 아니라, 정보 취약계층에게도 폭넓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짜 뉴스의 범람과 확산의 본질적인 책임은 AI나 딥페이크 등의 기술보다는, 인간 자신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AI가 환각으로 잘못 생성해내는 정보의 경우, AI가 나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생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정보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않고 퍼뜨리거나, 나쁜 의도를 갖고 AI에게 답변 생성을 유도하거나, 딥페이크를 이용해 악의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모두 ‘인간’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가짜 정보가 득세하고 진실이 묻히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과연 우리 인간은 진실에 관심이 있을까? 자칫 재미 없어 보이는 진실에 무관심하고, 자극적인 가짜 정보를 통해 얻는 도파민에 취해 있지는 않을까? 가짜 뉴스를 만들면서 얻는 금전적·정치적 이득을 더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러한 반성은 가짜 정보를 만드는 개개인뿐만 아니라, 오늘날 제 역할을 잃은 언론이 반드시 자각해야 할 문제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예언자 일보(The Daily Prophet)라는 마법사 신문이 등장한다. 소설에서 예언자 일보는 돈을 벌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된 관점을 전달해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해리가 어둠의 마법사인 볼드모트가 부활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경고했지만, 예언자 일보는 해리가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 루머를 퍼뜨린다며 모함했다. 이어 볼드모트가 마법부를 장악한 후에는, 볼드모트의 세력에 대항하고자 하는 비밀결사단인 불사조기사단을 비방하는 기사를 반복해서 실었다. 예언자 일보는 언론의 윤리적 책임과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빗대어 표현하는 상징적 요소인데, 우리 현실에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