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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보여주기식’ 먹거리 물가 안정대책 그 효과는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물가안정 조치 필요

기사입력2024-06-03 12:1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올리는 등의 주요 제품 가격인상 단행일을 지난달 31일에서 이달 4일로 연기한다고 했다. 당초 지난달 23일에 인상하려했던 계획을 다시 미룬 것이다. BBQ측은 ‘어렵고 힘든 시기 가격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주요 재료인 닭고기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데 기타 원·부재료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업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단 며칠 간 가격인상을 미루는 것이 가격인상 충격 최소화 조치인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월급 빼곤 안오르는게 없는 요즘, 가공식품업계는 6월 들어 초콜릿과 콜라, 사이다, 김, 간장 등 각종 가공식품과 음료 등의 가격인상을 줄줄이 예고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식메뉴 치킨은 이제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돼 버리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있어 가계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BBQ가 가격인상을 두차례 연기한 데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의 유예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웰푸드도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가나초콜릿 등 17종의 제품 가격인상을 예고했다가 정부의 요청으로 인상시기를 한달 늦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다르게, 장바구니 체감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에 압력을 줘 소비자가격 인상을 일시적으로 늦추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서민물가 안정대책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정부가 내놓은 신선과일 등 과일류와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관세 인하, 채소류와 과일류의 정부 비축 확대, 업계 스스로의 가격인상 자체 요청 등은 근본적인 물가인상 해법이 될수 없다. 정부가 먹거리 물가안정을 위해 1500억원대 예비비를 투입하고 관세를 인하했지만, 이에 대한 실제 수혜자는 유통회사나 농산물 중간유통업자라는 지적도 많다. 기업이 며칠간 물가인상 기간을 유예했다는 것만으로 정부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다. 물가인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유통구조 등 제대로 손을 봐야한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때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