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적경제 실현할 비수도권 대도시 집중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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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집적경제 실현할 비수도권 대도시 집중 투자” 비수도권 경제 이끌어갈 거점도시에 공공투자 집중할 필요 있어

기사입력2024-07-22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역간 성장률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도·충청권에 비해 동남·호남·대경권의 성장부진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저출생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커지면서 결국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수도권과 그 외 지역간 생산성 차이를 좁히는 것이 긴요한 과제인데, 인구 및 자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려면 비수도권에서 ‘집적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도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는 수도·충청권과 그 외 지역 간 격차는 총요소 생산성 차이에서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생산성 차이는 인구 및 자본의 이동을 심화시켜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집적경제 실현=보고서는 수도권의 높은 생산성은 대기업, 연구개발 활동, 생산지원 인프라 등이 집중된 데 따른 집적경제에서 비롯된다며, 비수도권의 생산성 확보를 위해 지역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대도시에 대규모 자원과 인프라를 집중해 집적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기업 및 인적자본의 수도권 집중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0대 기업 중 본사가 수도권에 소재한 기업이 시가총액(30대 기업 총액 대비)의 95.5%를 차지한다. 30대 기업 중 비수도권에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대구), 한국전력공사(나주)를 제외하면 포스코(포항) 뿐이다.

일본의 경우 30대 기업중 수도권 비중이 73.4%다. 도요타(아이치현), 파나소닉(오사카), 오릭스(오사카), 덴소(아이치현) 등 주요 기업이 비수도권에 위치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98.4%)를 제외하고는 수도권 집중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다. 영국이 85.9%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이탈리아(51.2%), 네덜란드(49.9%), 스페인(43.2%), 벨기에(36.5%) 등은 본사 위치의 수도권 비중이 대체로 50% 수준을 밑돈다.

보고서는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및 경제력을 분산시켜 수도권 과밀화를 개선하고, 비수도권에서 혁신도시의 거점화를 통해 국토균형을 이루고자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했다며,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이동 효과를 점검해보면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효과가 없지 않았으나, 단기효과에 그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보고서는 수도권 밖에서 서울과 대등하지는 않아도 일부 분야에서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도시들이 존재해야 수도권으로의 일방적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그간 지역균형 발전정책은 효율성보다 형평성이 중요시되면서 지역에 따라 최적 수준보다 과대 투자된 곳이 많고, 정작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도시에는 과소 투자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향후 인구감소 추세를 고려해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지역개발의 재원은 더욱 한정될 것인 만큼 투자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소수 거점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점도시 공공투자 집중=보고서는 비수도권 경제를 이끌어갈 거점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지역 인프라 건설 시 거점도시와의 인접성을 우선순위로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부문의 투자만으로는 거점도시 전반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부문의 투자를 이끌어 낼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거점도시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는 대기업의 고급인력과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획일적인 기업지원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거점도시에서 집적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잘 갖춰진 경제·산업 인프라에 더해 기업의 인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유입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교육·문화·의료 등 서비스 인프라를 확충해 거점도시의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균형발전과 광역거버넌스=보고서는 균형발전 정책의 다층화와 광역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지역의 거점도시에 공공부문의 인프라와 대도시에 적합한 지식서비스산업을 집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점도시와 인접한 지역의 경우 거점도시 수요에 부응한 레저, 관광 등 여가 산업을 발전시키고, 거점도시와의 교통 및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해 광역경제권을 형성하는 한편, 거점도시와 협력해 광역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점도시와 먼 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대도시 입지 이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 특화해 지역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지역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행정구역의 제약에서 벗어나 광역거버넌스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법·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