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 떠나고 있다…생태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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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사회적경제 현장 떠나고 있다…생태계 위기” 기본법 제정, 공공부문 사회적 가치 실천 등 10가지 정책요구안

기사입력2024-05-17 15: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 9일 ‘사회적경제 재도약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용혜인의원실>

사회 연결망을 더욱 두텁게 만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경제 특수성에 부합하는 법령 정비,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 등 22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10가지 정책요구안이 나왔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최근 개최한 ‘사회적경제 재도약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토론회에서 이를 제안했다. “한국사회는 불평등, 양극화, 기후위기, 지역소멸과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사회와 공동체도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비영리 경제활동도 꽃을 피울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적으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사회통합 기반은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UN은 지난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하고, OECD와 EU 역시 사회적경제 관련 권고안과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국제기구들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올해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을 56.6% 삭감했다. 기획재정부의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축소·통폐합하고, 사회적기업육성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하 이사는 “이미 30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사회적경제 현장을 떠났고 더 떠나야 할 수도 있다”며, “삭감된 사회적경제 예산의 원상복구가 시급하고 , 20여년 동안 사회적경제 정책이 지역 곳곳으로 잘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 구축해온 전달체계가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연대회의 부설연구소와 사회적경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사회적경제 10대 정책 요구안’을 소개했다. 사회적경제 분야가 22대 국회에 바라는 10대 정책요구안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경제 특수성에 부합하는 법령의 정비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 ▲자활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률 정비 ▲사회적 관계를 지원할 공제사업 제도 활성화 ▲국민생활지원 통합카드 제도 도입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햇빛에너지협동조합 참여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신속한 확산 ▲소상공인 경영위기 탈출을 위한 제도 정비 및 확산 ▲사회주택 관련 제도의 정비 및 정책개발 등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가운데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경제 특수성에 부합하는 법령의 정비,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 자활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률정비, 사회적 관계를 지원할 공제사업 제도 활성화 등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18대 국회부터 제안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은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협동조합(기획재정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등 담당하는 중앙부처별 이해관계와 활동범위에 따라 정책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하 이사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의 본질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고, 통합적인 제도와 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경제 특수성에 부합하는 법령의 정비=사회적경제 기업은 영리기업과 달리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구성원 공동의 필요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할 목적으로 설립·운영한다. 하지만, 현행 사회적경제에 관련한 법제는 사회적경제 법인(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협동조합기본법, 신용협동조합법 등 협동조합 조직에 부합하는 법령의 개정이나, 조세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전 세계적으로 사회문제 해결방안으로 사회적 가치 실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입법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체계화하고 사회 전반에 이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평가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하 이사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토록 해 공공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조달, 개발, 위탁, 기타 민간지원 사업에 있어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만을 중시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사회적경제분야 공공구매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공공구매 확대를 위한 지원조직을 설립해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영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했다.

◇자활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률 정비=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자활근로사업의 과정을 거쳐 생성된 자활기업은 보다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분야다. 하 이사는 자화기업은 관련법에 중장기 계획 수립 근거가 없고, 보건복지부 지침에 의해 매년 지원내용이 수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자활기업을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심의기구를 거쳐 자활기업 육성과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관계를 지원할 공제사업 제도 활성화=현재 사회적경제 조직 간 공제방식으로 부문, 지역, 업종 단위 자조기금이 성장하고 있다. 또, 기업 뿐만 아니라 구성원 및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시민공제를 시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하 이사는 국가공적보험과 민간영리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행정부처와 주류 경제주체의 반대로 경제적 약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축하려는 안전망 체계인 협동조합 공제가 원천 차단되고 있어,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의 질은 더 낮아지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망이 더 두터워지도록 풀뿌리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조기금 조성이 법으로 가로막혀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으며, 공제사업 대상에 조합원을 포함하는 혐동조합기본법 개정과 생협법 하위법령의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