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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거래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 신뢰회복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복수 거래소 시대…경쟁 시작됐지만

기사입력2026-01-0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 3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정식 출범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20여 년간 이어져 온 단일 거래소 체제를 마감하고 복수 거래소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업 상장심사나 시장 감시기능 없이 ‘체결’에 특화된 넥스트레이드는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점구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시간은 기존 9시부터 15시30분에서 대폭 확대됐고, 수수료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낮아졌다. 다양한 주문방식도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 출범 초기 3~4% 수준에 머물던 거래대금 점유율은 반년 만에 30% 안팎까지 치솟았다. 독점시장에 균열이 생기자 경쟁 효과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거래소도 대응에 나섰다. 한시적인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프리·애프터마켓 진출을 통해 거래시간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야간근무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점유율 방어를 위한 선택이 내부 갈등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자본시장 효율화의 본질을 제대로 짚고 있느냐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거래시간이 짧아서도, 수수료가 비싸서도 아니다.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소액주주를 외면한 물적분할과 합병, 낮은 주주환원율이 누적되며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개장시간만 늘리는 것은, 팔 물건이 없는 상점이 문만 24시간 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거래 탐지, 시세 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오래 지속돼왔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은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또, 상장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 훼손이나 소액주주 권익 침해에 대한 거래소의 상장 이후 관리기능 강화도 중요하다.

즉 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그동안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데 충분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거래시간 연장이나 수수료 인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복수 거래소 시대가 던진 화두는 한국거래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다. 경쟁에 쫓기기보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