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패턴, 끊임없는 변화, 잠정적인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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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반복되는 패턴, 끊임없는 변화, 잠정적인 조화 “무의식적 수행” 통해 회화의 본질 추구하는 클로드 비알라

기사입력2024-08-04 0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프랑스 작가 클로드 비알라의 개인전이 조현화랑 서울에서 8월18일까지 열린다.

클로드 비알라는 1936년 프랑스 남부 님(Nîmes)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색채화가라고 불리는 클로드 비알라는 1955년부터 1959년까지 몽펠리에(Montpellier)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 1962년부터 1963년까지 파리 보자르에서 레이몬드 장르괴(Raymond Legueult)의 지도 아래 회화를 공부했다.

‘2021CE003’, 2021, 60×60cm, Acrylic on Fabric and Gym Circle. <이미지=조현화랑>

끊임없이 지금-여기를 표현하는 비알라의 작품은 스펀지, 콩 또는 뼈조각에 비유되는 보편적 형상을 나열하며 구성된다. 물감의 색조와 톤이 다양한 소재의 표면에 스며들고 퍼져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연한 만남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무의식적 수행”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모든 것을 수용한다. 내 무의식이 그것을 제안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옳다. 그리고 내 의식이 그것을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라며, 우연적 과정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작업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비알라는 2023년 3월 부산 조현화랑에서 연 개인전을 계기로 처음으로 한지 작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전통매체인 한지에 표면의 물성이 색채를 끌어들이는 만남의 순간을 드러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작품은 반복되는 패턴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잠정적인 조화를 구성하는 생명체의 유기적 형태를 더욱 강조한다.

비알라는 자신의 작품들이 프랑스 남부의 석공들이 스펀지를 반복해서 찍어 꽃모양을 만드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반복이라는 단순한 원리에 기초한 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며 소박한 기술은 비알라가 1966년에 발견한 우연한 형태와 함께 지속적인 작업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캔버스 천, 양탄자, 텐트, 커튼 등 다양한 표면 위에 찍어내는 이 작업을 통해 비알라는 전통회화의 표현과 매체를 전복시키는 당시의 전위적 미술단체 ‘시포르/시르파스’의 활동에 참여했다.

1970년대 프랑스 화단을 지배하던 추상회화로부터 탈피하자고 주창한 전위적 미술단체 ‘시포르/시르파스’는 지지체/표면이라는 뜻이다. 회화가 주는 모든 허상을 부정하고 회화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며, 회화를 둘러싼 불순한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으로 서명, 제작일자, 제목 등을 일체 포기했다. 비알라는 캔버스의 나무틀을 제거함으로써 기존 회화매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었으며, 산업용 타폴린 작업을 시작으로, 추상적 패턴을 끝없이 반복해 나갔다. 스텐실 기법을 사용해 다양한 색상과 표면에 재현되는 모티프를 통해 작품의 주제라는 개념을 없애고, 창조적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와 작품의 존재론적 지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오늘날까지 지속해 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