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70% 이상이 미성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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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 70% 이상이 미성년자 딥페이크 성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 시급

기사입력2024-09-02 12:1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공지능(AI)기술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인 딥페이크는 최근 지인 대상으로 합성물을 제작해 SNS를 통해 유포하는 성범죄에 활용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딥페이크 피해는 연예인 등 유명인을 넘어 가해자의 친구, 가족 등 주변 인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텔레그램과 같은 SNS에 딥페이크 공유방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대학생, 일반인 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까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 상의 익명성은 범죄를 저지르는데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 딥페이크 범죄를 더욱 부추기는 배경이 됐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약 8개월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딥페이크 관련 피해자는 502명이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47.4%인 238명에 이른다. 내가, 혹은 내 가족이 그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사회적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해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딥페이크 범죄와 관련해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커졌고 올해 1∼7월은 73.6%로 나타났다.

MBC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한 보안업체가 지난해 기준 9만5800건의 딥페이크 영상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에 유포된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중 절반이 넘는 53%가 한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고 썼다. 영국의 BBC는 “만연한 성희롱 문화 속에서 기술산업 발전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앞서가는 기술 수준에 비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그에 맞는 성숙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사회적 진보를 가져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AI는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가져오면서, 우리 사회가 이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성과를 이루는데 앞서 기술의 양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법적 대응은 미비해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이 시급한 것이하다. 딥페이크 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유튜브,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또한 딥페이크 영상 유포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기술적 조치를 마련하는 등 기업의 책임도 막중하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예방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소수의 일탈이라고 하기엔 이미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깊다. 피해가 발생한 후 뒤늦은 수습으로는 안된다. 정부, 기술기업, 교육계와 사회단체가 함께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에 지혜를 모야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