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숨은 성장엔진 ‘기업 로컬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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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지역경제의 숨은 성장엔진 ‘기업 로컬화 전략’ 스타벅스에서 현대차까지…지역 맞춤형 혁신이 만드는 ‘로코노미’

기사입력2025-08-2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업이 제품, 서비스, 마케팅을 지역의 문화·환경 등과 맞춰 제공함으로써 시장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인 ‘로컬화(Localization)’가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의 로컬화 전략과 지역경제 활성화’ 보고서는 지역 고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생태계가 형성되는 ‘로코노미(Loconomy)’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생존전략·지역발전 동력 ‘로컬화’=지역 균형발전과 경제 활력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기업들이 앞다퉈 ‘로컬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본사 차원의 일률적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문화·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접근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로컬화는 특정 지역의 문화·환경·소비자 요구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전략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강화된 사회적 책임 요구 속에서 기업에는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이자, 지역에는 경제성장의 기회가 된다. 특히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지역경제 활력 회복’과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민간 기업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역 특색을 입은 혁신을 선보이다=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로컬화 사례는 다양하다. 스타벅스는 서울 경동시장의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경동1960점’을 열어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고, 제주에서는 청귤·말차샷 라떼 등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해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했다. 또한 군포시와 협력해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장’을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나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KT는 통신 소외지역 축산 농가에 맞춤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보급해 가축 관리와 농업 효율성을 높였고, 노브랜드는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전통시장 내 지역 밀착형 상생스토어를 개설해 매출 증가와 소비 진작을 촉진했다. 전통시장에서 고객 체류시간과 회전율 증가를 유도하고 원스톱 쇼핑을 구현해 고객의 쇼핑 경험을 개선함으로써 상인 매출을 20~30% 끌어올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제주에서 전기차 단기 구독서비스 ‘현대 셀렉션 제주’를 운영, 관광 수요와 친환경 정책에 부응했다. 제주 현지 렌터카 및 전기차 충전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관광 수요와 연계한 방문형·단기 구독형 전기차 패키지를 구성했다. 배달의민족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브랜드와 문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으로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앱 내 지역별 음식 카테고리를 차별화했다. 지역별 UI와 음식 카테고리를 특화해 ‘강남=건강식’, ‘부산=해산물’, ‘제주=특산물 중심’의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금융’까지 로컬화 확산=로컬화 흐름은 해외에서도 두드러진다. 미국 홀푸드마켓은 지역 식품업체에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지역 생산자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사 매장의 상품 차별화와 지역 경제 동반성장을 동시에 달성했다. 홀푸드마켓은 이러한 지역상품 조달 덕분에 타 슈퍼마켓에는 없는 차별화된 상품 구색을 갖추고, ‘홀푸드마켓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별 별미’를 선보이며 고객 유인효과를 얻었다. 홀푸드마켓은 2017년 아마존에 137억 달러에 인수됐는데, 당시 아마존이 높게 평가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지역 공급망과 충성 고객층이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침체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자사 카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Small Business Saturday)’ 캠페인을 시작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 토요일을 지역 소상공인 점포에서 구매하는 날로 지정한 전국적 캠페인으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로 동네가게에서 결제하면 1인당 25달러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캐시백 프로모션이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 매출을 20~30% 끌어올렸으며, 대기업이 가진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순 기부를 넘어 새로운 시장 창출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맞춤형 혁신이 만든 지속가능=보고서는 로컬화를 단순한 CSR(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평가했다. 지역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 등의 효과를 얻고,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시장 매출 증대, 운영비용 절감, 리스크 감소 등의 이점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이 가능한 ‘상생 공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컬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각 지역의 산업 구조, 인구 특성,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 전략을 구사하고 지역 사회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했다. 특히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을 지역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두며, 지역 전통과 특색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혁신을 시도한 기업들이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로컬화에는 비용과 리스크가 따르지만, 철저한 사전 조사와 단계적 실행, 지역 사회와의 소통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지역의 문제는 무엇인가? 거주자들의 특성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맞춤형 솔루션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컬화로 제품 구성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파편화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며, 로컬화와 표준화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