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관행부터 바꿔야 ‘정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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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불공정한 관행부터 바꿔야 ‘정상화’된다 경제부처 수장부터 상생과 공존의 철학 견지해야

기사입력2014-01-21 11:27

손채윤 기자 (yunic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오늘 내일의 일도 아니고 또 지난해 갑을논란을 불러 온 욕설파문처럼 사회적 공분을 살만한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도 아니지만, 거래불공정 관행이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최근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는 백화점, 홈쇼핑 그리고 조선업계까지 매우 많은 업종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백화점의 경우 고액의 수수료를 챙기거나, 입점업체로부터 직원을 파견받아 인건비없이 백화점 직원처럼 일을 시키기도 했다. 인테리어 비용 전가, 경영정보 간섭, 세일 강요 등 상도의마저 무너뜨린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부지기수로 일어났다. 홈쇼핑 업체의 ‘갑’질에도 중소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좋은 시간을 배정받기 위해 방송세트 제작비에 모델료까지 부담해야 했다.

더 충격적인 사건은 불공정 행위를 지적했다고 보복행위까지 당한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거대 조선업체들은 하도급업체들에게 ‘단가후려치기’를 일삼다 지난해 말 과징금을 물게 됐다. STX조선의 자회사인 고성조선은 부당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한 하도급 업자에 대해 거래선을 끊는 보복행위를 했다가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보복조치를 금지한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이다. 공정위가 보복조치를 이유로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이같은 보복이 두려워 호소조차 못했던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중기이코노미가 중소기업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백화점과의 거래에서 이런 일들은 1~2년 된 것이 아니라 수십년된 관행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잠시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을 뿐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고질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기자의 취재에 대해 “패션업체가 을이고 백화점이 갑이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갑을관계가 얼마나 심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억울하지만 취재에 협조적이지 못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경제 불평등 구조를 바꾸고,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고심중이다. 칼자루를 쥔 대기업이 독식하고 중소기업을 밀어내는 배타적 환경에서는 저성장과 사회부조화 위기를 극복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공정했고 법을 어겼음에도 불평등한 생태구조 때문에 신고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관행처럼 계속된다면 저성장과 부조화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현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경제적 과실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경제부처 수장부터 명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상생과 공존의 철학을 견지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경주해야 한다. 향후 경제의 버팀목이 될 강소기업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룰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소기업 CEO 몇 명 모아놓고 위로한다고, 악수한다고 만들어 질 문제는 더욱 더 아니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면 이같은 불공정한 관행부터 하나씩 바꿔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