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 거래시 사전에 법적 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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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예술작품 거래시 사전에 법적 준비 필요 미술품 시장과 법…미술품 거래의 특징

기사입력2014-11-10 17:28

(주)예술만세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갤러리에 대한 오해들이 있습니다. 작품을 팔 때는 비싸게 팔면서, 작품을 다시 내놓으면 사 주지 않거나 구매가격보다 더 싸게 사들인다고요. 그러나 사실 모든 상품의 거래는 순수할 수는 없습니다. 유통 마진이라는 것이 있고, 갤러리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술은 순수하지만 상업이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영역을 만나면서, 순수 예술이면서도 상거래라는 두 측면이 합쳐진 독특한 분야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분야를 모두 아는 전문 변호사도 필요한 것이지요.

미술품 거래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미술품은 희귀하고 유일하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한 상품입니다. 그래서 사실 동산이지만, 동산보다는 부동산에 가까운 것이죠. 또한 가격 변동성도 커서 외부적 요인, 예술가의 평판, 시대에 따라 크게 유동적입니다. 또 예술가의 평판이란 상당히 대중의 변덕에 의해 좌지우지되죠. 또한 현대미술에는 설치물, 대지아트, 행위미술 등 특이한 형태도 많습니다. 앤디워홀의 브릴로 박스는 재활용 센터에서 보면 겨우 종이 상자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합성세제를 쇼핑하는 것과, 앤디워홀의 ‘브릴로 박스’라는 미술사적인 작품을 구매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쉬울까요? 네. 여러분들도 답을 잘 아실 겁니다. 이처럼 미술품 거래는 시장에서 장보는 것보다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분들이 예술작품의 거래를 하면서 사전에 법적인 준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갤러리로부터 “이 작품이 뜰 것이다” 내지는 “이 작품이 OOO의 작품이다”는 말만 듣고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또는, 계약서가 있더라도 계약조건을 변호사 등과 검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갤러리가 내미는 표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거죠. 그래서 예술품 구매 시 제대로 된 구매 계약서를 쓰지 않았거나, 시가보다 비싸게 샀거나, 진위에 대한 조사 또는 소장 이력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아 구매 후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래 시 매도인·매수인이 주의해야 할 점

소유권 유보부 매매

주1). 민법상 제188조에서 동산 물권의 변동은 인도시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내지 않은 경우 물건부터 인도해 준 경우 작품의 소유권은 어디에 있는가가 문제가 됩니다. 이는 소위 소유권 유보부 매매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령 동산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이 대금을 모두 지급받기 전에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만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는 목적물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유보되며 대금이 모두 지급된 때에 그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된다는 내용의 계약이지요. 매매계약은 무조건으로 체결되지만 소유권 이전이라는 물권적 합의는 매매대금의 완불이라고 하는 정지조건부로 체결한 것으로 대금이 모두 지급되었을 때에는 그 정지조건이 완성되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됩니다.(대법원 1999. 9. 7. 선고 99다30534 판결, 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다14807 판결 참조)

매매 전에 매도인 매수인 모두 작품에 대한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1) 판매자의 경우

판매자는 작품의 적정가격을 책정하고, 디스카운트를 해 줄 경우 최후로 고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의 가격을 미리 정해 놓아야 당황하지 않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판매 시 작품의 물리적 소유권만 양도할 것인지, 저작권도 양도할지, 저작권을 양도 한다면 그 중 어떤 것을 양도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현명한 판매자는 사전에 구매자의 정보를 미리 알아봅니다. 구매자의 구매목적은 무엇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구매자는 표준계약서를 모두 받아들일지, 계약조건을 고치고 싶어할지, 대금의 지불방법과 시기는 무엇으로 할지, 중개수수료로 최근의 시가는 어떠한지, 계약서에는 당사자의 서명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체결까지의 협상과정의 내용도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국제거래의 경우 분쟁 시 관할지도 지정해야 하죠.

그리고 매수인에게는 불리할 수 있지만,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추후 작품의 하자에 대한 청구권을 미리 차단하는 조항을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도한 후 1주일 내로만 하자를 청구할 수 있다든가 하는 조항입니다. 또는 작품대금을 완납할 때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계약할 수도 있지요.(물론 작품을 미리 인도해 주었어도 돈을 완납하는 경우에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소유권 유보부 매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주1)

2) 매수인의 경우

매수인도 작품에 문제가 있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제권, 교환 및 반환 환불을 쉽게 할 수 있는 조항, 진위에 대한 보증항목, 소유권 보증항목, 그리고 상기의 문제가 있을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추가로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계약 체결 전 작품을 자세히 조사할 권리라든가, 계약금만 내고도 소유권이 이전하도록 한다든가, 또는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상실한 점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예정조항, 구매자의 유리한 관할 지정 등이 있습니다.[글=LG전자 스마트비즈니스센터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