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무렵 신록 천지, 다원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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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곡우 무렵 신록 천지, 다원으로의 초대 유철상의 가족여행 ⑪ 선암사 차밭 여행

기사입력2015-03-29 15:57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선암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선계이다. 왼편에 계곡을 두고 승선교와 강선루가 마중을 나오는 오솔길이 아름다운 절집의 서막을 연다. 길 끝 절집에 들면 봄꽃잔치를 끝낸 경내에 은은한 다향이 가득하다. 신록의 여린 속살을 헤집고 다다른 꽃대궐은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할만큼 빼어나다. 선암사 산문에 들어서면 수백년 된 전나무와 참나무, 고로쇠나무 숲이 녹향을 짙게 뿜어낸다.

선암사 경내 정원<사진=상상출판>

천년고찰 선암사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우선 주변의 자연경관과 잘 가꿔진 정원에 반하게 된다. 절집은 꽃들로 가득한 시골 기와집 같은 아늑함으로 다가온다. 일주문을 통해 들어선 경내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선암사는 본래 백제시대 고찰이지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건축 양식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절이다. 특히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20여동의 건물이 맞배지붕 건축법을 따르고 있어 소박하면서도 유려한 자태를 뽐낸다. 대웅전은 여느 절의 법당처럼 권위적이거나 장엄하지도 않다. 심검당, 무전, 달마전을 주축으로 팔상전, 권통전, 천불전, 불조전, 해천당, 장경각 등이 네 개의 문으로 연결되어 있어 미로를 헤치며 절집의 속살을 엿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선암사 절집은 대부분 단청이 벗겨지거나 칠이 바래진 낡은 건물들이다. 낡고 초라해 보이기보다 옛스러운 멋과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구수하고 향이 깊은 야생차 중의 으뜸은 선암사다

선암사차 제조<사진=상상출판>

선암사 절마을 구경을 마치고 선각당에 앉아 번민 따위는 걷어버리고 선암사 야생차를 마시며 속세의 마음을 쓰다듬으며 여행을 갈무리하면 선계와 속세를 다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야생차 시배지로는 화개차를 최상품으로 치지만 순 자연산 야생차는 선암사 차를 최고로 친다. 선암사 뒤편 산비탈을 따라 야생 차나무가 물결치듯 이어져 있다. 자연의 품에서 청정한 녹을 먹고 신록을 뿜어낸다. 고운 햇살 가득 쏟아지는 밭이랑 사이를 거니는 일은 차밭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매력이다.

이곳 야생차밭은 800년이 넘은 자생차 군락지이다. 삼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음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찻잎이 연하고 운무와 습한 기후가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특히 일주문 아래 작은 다원 ‘선각당’과 도선국사가 만들었다는 작은 연못을 지나면 야생차밭이 비탈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흔히 사진에서 만날 수 있는 보성차밭을 생각했다면 원시림처럼 지나치기 쉽지만 ‘전통차 법제 인간문화재’ 지허 스님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선암사의 차 맛은 유명하다.

선암사 야생차밭의 유래는 천년 전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칠전선원과 선암사 입구를 합쳐 200년에서 800년까지 된 야생차밭 1만 여평이 있다. 지허 스님은 “선암사 차나무는 거름을 주지 않는 순수한 자생차입니다. 곡우 전에 수확을 할 수 있는 양이 얼마 안 돼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암사 야생차밭<사진=상상출판>

선암사 차는 찻잎을 따는 데서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만들어지는 이른바 덖음차다. 우선 따낸 찻잎을 가마솥에서 덖는다. 이때 고열로 자칫 찻잎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저어 줘야 한다. 이 때 뜨거운 가마솥에 손을 데기도 한다. 덖은 찻잎은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으로 비벼서 말아주는 작업을 거친다. 덖는 작업은 찻잎의 겉과 속이 똑같이 건조될 때까지 8~9회 반복해야 하며 이중 3~4회는 비비면서 말아 주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완전히 건조를 끝낸 찻잎은 20~30일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보관·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꼼꼼한 처리과정을 거친 찻잎은 공기가 통하지 않게 비닐봉지에 밀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떫은 차 맛을 없애준다는 것.

선암사를 찾았다면 숲속의 다원 선각당에서 차를 마시자. 참나무와 삼나무가 뿜어내는 연둣빛 신록에 흠뻑 취하고 강선루를 지나면 길 끝에 다원 선각당이 있다. 이곳은 다도와 차 마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찻집이다. 외형이야 여느 사찰의 찻집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의 녹차 맛은 특별하다. 차 맛이 깊고 뒷맛은 단맛이 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에서 맛도 향도 풍경소리처럼 은은한 아늑함이 찻잔에 머무는 여유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선각당 061-754-6323.[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선암사 차밭 여행

Infomation

주소=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산 802번지

전화번호=061-754-5247, 5953

웹사이트=www.seonamsa.net

비용=입장료 일반 1500원, 교통비 8만원, 식비 5만원, 여비 5만원(2인, 1박2일 기준)

Course Guide

1일=승주IC→선암사 입구(점심, 산채정식)→선암사→선암사 차밭→상사호반→숙박

2일=상사호반→송광사→조계산 트레킹→낙안읍성(점심, 한정식)→낙안온천→승주IC

Travel Guide

찾아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승주IC로 빠져나간다. 승주IC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쌍암을 지나 선암사 이정표를 따라 4km 정도 직진하면 선암사앞 주차장. 주차장에서 숲길을 따라 2km 정도 걸으면 선암사. 우회전해 857번 지방도 만나 우회전하고, 죽학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 괴목마을로 들어가면 선암사 주차장이다.

맛집=장원식당(061-754-6362) 선암사 앞에는 산채정식이나 산채비빔밥 전문식당이 많다. 이 집은 18년 동안 2대에 걸쳐 손맛으로 대를 잇는 맛집이다. 산채비빔은 고들빼기, 참나물, 갓김치, 돌미나리무침, 곰취 나물 등을 푸짐하게 넣고 비벼먹으면 나물이 입안에서 고소하게 감긴다. 또한 2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 산채정식도 맛있다. 산채비빔밥 5000원.

잠자리=아젤리아호텔(061-754-6000) 노을 내리는 상사호 드라이브를 겸해 숙소를 정하기에 안성맞춤인 호텔. 총객실 36실 규모의 가족호텔로 선암사 인근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잠자리다. 투숙객에겐 노래방을 무료로 개방하고 1층의 레스토랑 겸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차를 즐길 수도 있다. 객실 5~7만원 정도.

Travel Tips

선암사 입구 트레킹=선암사로 들어가는 길이 아주 예쁘다. 절 입구 무지개다리, 승선교와 강선루, 수령 600년 된 매화나무 등이 볼거리다. 선암사 매표소에서 선암사천 계곡을 따라 일주문까지 가는 길은 전나무, 참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호위하는 예쁜 흙길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이어지는 6.7km 굴목이재 오솔길은 호젓한 산행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