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를 마셨다…론스타와 5조짜리 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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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독배를 마셨다…론스타와 5조짜리 ISD 경제협정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독소조항 살펴야

기사입력2015-05-18 13:1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외환은행을 사고 되팔아 4조700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사모펀드 론스타가 이번에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는 바람에 자기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5조1000여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건 것이다. 이번 ISD는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서 현지시간으로 15일 밤 첫 심리가 시작됐다. 이윤을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국제투기자본의 특성에 따라 사모펀드의 서류상 소재지가 미국이 아닌 벨기에로 결정되면서, ‘제3국’ 미국에서 소송이 가능해진 것이다.

ISD는 투자한 나라의 정부(피제소인)가 협정의무 등을 위반해 제소인(투자자)이 손해를 입은 경우, 제소인이 피제소인을 상대로 거는 소송이다. 개방 등의 수위를 이전으로 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조항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국가간 경제협정의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번 론스타 건에서처럼 ‘경험 많은’ 국제투기자본이 주도권을 쥐고 판을 크게 흔들 경우 피제소인은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전 정부부터 일관되게 외쳐온 ‘외자 유치’라는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 이러한 불평등한 독소조항이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 뼈아프게 확인된 셈이다.

ISD는 선진국에도 위협적인 존재다. EU집행위원회는 이 ISD 조항 때문에 미국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을 늦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소국’ 정도로 인식돼 있는 미국에서조차 사법주권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론스타 ISD에서 패소할 경우 유사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ISD 제소가 가능했던 것도 우리나라와 벨기에 간의 투자자보호협정에 이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무조건 일방에게 유리하기만 한 거래는 없다. 돌이켜보면 FTA를 비롯한 경제협정 체결 때마다 정부는 ‘경제영토’니 ‘수출확대’니 하는 화려한 홍보효과에 몰입해 왔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그늘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뒤 재지 않고 덥석덥석 독배(毒杯)를 들이키는 일이 더 이상은 벌어지지않도록 정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민은 눈을 뜨고 감시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