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구두약속도 계약” 묻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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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예전이나 지금이나 “구두약속도 계약” 묻는데 계약서 작성할 때 더 꼼꼼하면 분쟁서 승리…해당 실무자 참여해야

기사입력2020-09-01 00: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2020년 상반기를 마치고 나서, 새로 수임한 사건의 목록을 점검해 보았다. 민사사건, 특히 회사가 관련된 사건들은 대개 계약 이행과 관련한 분쟁인데, 계약서를 아예 안 쓰거나 부실한 계약서에서 시작된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람들이 계약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구두로만 약속했는데, 계약인가요?”이다. 이 질문은 필자가 10여년 전에 개업을 했을 때도 계약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고, 현재도 그렇다. 이 질문이 나오는 상황을 살펴보자. 계약서를 정상적으로 작성했는데, ‘구두 약속이 계약이 맞냐’고 물어보지는 않는다. 경험상 100%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해당 내용이 계약서에 빠져 있는 경우다.

계약서라는 서류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일반 개인은 그렇다 치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일이 적지 않다.

공사비와 관련한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공사비라는 것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형건물의 건축비일 수도 있고, 작게는 가정집의 인테리어 공사비용일 수도 있다. 가정집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경우에도 벽지는 K사의 어떤 색 제품으로 하고, 싱크대는 H사의 A제품으로 하며, 욕실은 T사의 B제품으로 한다는 것을 하나하나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하나하나 계약서에 명시를 해둬야 한다.

가정집 인테리어를 하건, 4~5 층짜리 건물을 짓던, 대형빌딩을 짓던 간에 정할 것은 정해 놓아야 한다. 표준 공사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아는 건축주가 너무나 많다. 건축주가 꼼꼼하게 계약에 관여할수록, 공사업체가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기가 어려워지며, 분쟁이 생겼을 때 해결이 쉽다.

사람들이 계약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구두로만 약속했는데, 계약인가요?”이다. 이 질문은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 글을 읽으면서 “당연한 내용을 글로까지 적어 놓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작성된 계약서를 보면 제대로 된 경우가 드물다. 계약 당사자 쌍방이 모두 계약서 작성에 그리 공을 들이지 않다 보니, 계약 분쟁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조금이라도 더 꼼꼼했던 측의 승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계약서와 관련한 책도 내고 강의도 하면서, 수많은 계약서를 접하고 검토해 왔다. 계약서 작성을 위해 꼭 필요한 팁을 하나만 선정하라면,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부문의 실무자를 참여시키라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계약은 경영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주 소규모 회사가 아닌 한, 경영자들은 실무자들이 실제로 어떤 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실무자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와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부분, 상대방과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서면으로 쓰여지지 않은 부분을 잘 정리해서 계약서에 작성하면 된다.

이 부분은 계약이 실제로 이행될 때를 가정해서 계약이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문제가 되는 상황을 뽑아낸 후에, 그 부분을 명확히 해 계약서에 반영하는 작업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꼭 변호사를 찾아가라는 말을 하지는 않겠다. 실무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만 더 세부적인 면을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계약서의 질은 크게 좋아진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