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안전…사고 후 처리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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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산업 안전…사고 후 처리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안전한 일터’를 위한 최신 기술…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

기사입력2025-07-10 10:2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아이에프코리아의 중대재해 예방 솔루션. 누출 사고를 가상으로 연출했더니 화학 물질과 가스가 이송되는 배관의 각 포인트의 색상이 바뀌며 알람이 울렸다. ©중기이코노미

“지금까지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난 후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처벌하는지가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가 난 이후가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난 7일부터 4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안전보건박람회’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지아이에프코리아(GIFKOREA) 안현수 대표가 힘줘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산업 안전’은 후속 조치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시스템과 정책이 하나가 돼 돌아가야 한다. 이에 7월 ‘산업안전보건의 달’을 맞아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였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사고부터 휴먼 에러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신기술이 눈에 띄었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최신 기술을 들고나온 국내 기업을 만나봤다.

삐삐삐~ 발만 갖다 대도 경고음…‘가상의 공간’으로 안전지대 나눠

부스 안에 기자가 발을 내딛는 순간, 잘만 움직이던 로봇팔이 움직임을 멈춘다. 다시 부스 밖으로 나가자마자 언제 멈췄냐는 듯이 활발하게 로봇팔을 휘저으며 일하기 시작한다.

한국몰드 김병훈 상무가 부스 내 가상 펜스 안에 들어갔더니 로봇이 작업을 멈췄다. ©중기이코노미

자동차 내외장 부품을 제작, 생산하는 ㈜한국몰드의 부스 전경이다. 이곳에는 2025년 AI 스마트 산업안전기술 우수사례 경진대회 대상(고용노동부장관상)에 빛나는 ‘인체 감지 산업안전 AI 솔루션’이 탑재돼 있어 방문객이 일일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병훈 상무는 “열화상 이미지 센서를 기반으로 열을 추적하고, 그 추적된 열을 이미지로 변환한 후, 해당 이미지가 사람인지 아닌지를 딥러닝으로 학습된 AI 프로그램이 판단해 준다”며,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가상 펜스를 만들어 사람이 안에 들어가면 경고도 하고, 자동으로 설비를 스톱 시킨다”고 설명했다.

2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4년 10월부터 순차적으로 현대자동차 연구소와 공장 등에 설치한 이 솔루션은 오는 하반기에 대규모 설비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이 솔루션은 공장 내 설비를 점검, 수리, 교체 등을 위해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진입했을 때, 오작동으로 인한 끼임 사고 위험을 예방해 줄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 상무는 “보통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생산이 다 끝난 후 근로자 혼자 보수 작업을 할 때”라며, “작업자들이 안전 설비를 끄고 들어갔다가 오작동하거나, 다른 직원이 해당 직원을 보지 못하고 작동 버튼을 눌러 사고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솔루션은 24시간 콘트롤 쪽과 연결이 돼 있어 휴먼 에러로 인한 사고를 방지해 준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스템 강세훈 공동대표가 스마트 돔 미러를 설명하며 전시 부스 내 설정 구역으로 발을 내밀었더니 위험 신호가 울렸다. ©중기이코노미

휴먼 에러로 인한 대표적인 사고는 부딪힘이다. 특히, 큰 짐을 높이 쌓고 현장을 왔다 갔다하는 지게차와 사람 간의 부딪힘 사고는 흔히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다. ㈜세종시스템은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스마트 돔 미러’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김민정 대표는 “평상시에는 바닥에 회사 슬로건이나 안전 관련 신호를 비춰 주다가, 지게차가 주의 구역으로 세팅한 구간 근처에 오면 주황색으로 사면이 표시되면서 알람이 울린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위험구역이 되면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위험 신호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이런 시스템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았는데, 우리가 2~3년 전에 자체 개발해 작년에 특허를 냈다”며, “제일 처음 현대자동차에 선보였는데, 당시 현대자동차 내 설문조사에서 ‘안전 개선 제품으로 가장 좋았던 제품’ 2위로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현장의 규모, 상황, 구조에 따라 주의, 위험 구간 등의 거리 세팅을 맞춤형으로 할 수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계열사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에쓰오일, 쿠팡 등 물류 작업이 많은 곳에서 주로 찾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예방법’으로…일상부터 산업재해까지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안전을 지키는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디어에 기술이 더해졌을 때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지아이에프코리아(GIFKOREA)는 ‘Our Colors Your Safety(보이지 않는 위험, 색으로 말하다)’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안현수 대표는 “색으로 보는 안전 플랫폼이자, 중대재해 예방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이에프코리아가 화학물질 및 가스가 이송되는 배관에 누출 사고가 났을 때 색상이 변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전시한 모습 ©중기이코노미

안현수 대표에 따르면, 그동안 현장에서 화학물질이나 가스가 누출되면, 정확한 누출 위치와 시기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무색무취라는 특성 때문이다. 누출을 예방하기 위해 가스 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누출된 곳에서 가스 감지기까지 맞닿아야만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누출이 된 후에나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고민거리였다.

더 큰 문제는 화학물질의 누출은 작업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포인트마다 센서를 설치해 미세하게 누출이 될 때 즉각적으로 색으로 나타내주므로 어떤 포인트에서 누출이 일어났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며, “무동력 센서로 이뤄져 있어 지진 같은 전원공급이 불가한 자연재해 때도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행안부 재난 안전제품 인증을 받은 이 제품은 발전소 6개사 인증, 환경공단 인증, 중소기업기술마켓 인증을 받았고,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과 발전소를 비롯해 공공기관, 대한민국 공군 등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 일본에 대리점 2곳, 대만, 중국 등에 판매하고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력해 인도네시아와 헝가리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성광테크가 제작한 방열복이 진열된 모습 ©중기이코노미

열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작업복과 소방복을 생산하는 ㈜성광테크는 KOSHA(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인증, KFI 소방용방열복SET 성능인증에 이어 소방용 방열복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CE 인증을 받는 등 120여 가지 이상 인증을 받은 업체다.

이 회사의 김미화 과장은 “기존 작업복의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불편했던 점을 개선해달라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맞춰 생산한다”며, “철강회사를 포함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군군수사령부, 찜질방, 고기 굽는 곳, 공예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례로, 작업복 길이부터 목과 손목의 조임 정도부터 뒷면은 뚫려 있는 작업복, 비산물이 많이 튀는 곳에서는 전체 알루미나이즈 작업복으로 요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조배터리로 인한 비행기 객실 내 화재 사고로 항공사 보조배터리 관련 지침이 엄격해지고 있다. 하지만, 변경된 지침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배터리 용량에 제한을 두고, 지퍼팩에 넣어 탑승객의 손이 닿는 곳에 보관하는 정도다. 이에, 배터리 화재 시 열 확산을 막아주는 파우치를 출시한 업체가 있다.

㈜더세이프코리아 홍현수 대표는 “항공기 내 화재 확산을 막는 게 기본 목적”이라며, “기내는 소방관들이 출동할 수 없으므로 개인이 조치할 수 있는 수준이 되든지, 승무원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화재 골든타임을 맞춰 인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더세이프코리아 자체적으로 실험한 영상을 보니 불이 붙은 배터리가 있는 파우치를 사람이 맨손으로 만져 물에 침수시켰고, 바로 진화됐다.

이 제품의 소재는 열폭주를 방지하는 화재 확산 차단 특수소재로 만들어졌다. 순간 최고 온도 1350℃까지 버티는 특수소재로 내부 구성이 돼 있고, 소화 캡슐로 구성된 난연 테이프가 화재를 한 번 더 지연해 준다. 또한, 물의 흡수와 침투가 쉬운 스웨이드 원단으로 겉을 감싸 침수, 소화 등의 초동 조치를 더 쉽게 해준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원단의 봉제는 스테인리스 스틸(STS) 난연 원사 실로 봉제했다고 한다.

홍현수 대표는 “제품의 소재는 특수하게 만들었지만,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했다. 복잡하면 시간만 더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골든타임을 짧게 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며, “현재 국토부에 관련 자료를 보내 피드백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출시한 지 2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반 소비자 외에도 민간 항공사에서 회수하는 객실 어메니티 개념으로 승객에게 보급할 수 있다”며 B2C, B2B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