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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중기에 맞춰야”
건설업 담합 등 위험 걸러내도록 CP 제도, 단계형·인증제 필요
- 기사입력2025-07-07 12: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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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이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어 실제 리스크가 집중되는 중소건설사에는 부담만 주고 실익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한국건설관리학회가 최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건설산업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건설업계 CP 운영 실태와 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건설업계에서 담합과 불투명한 하도급 구조는 구조적 문제이며, 아무리 공정위가 단속을 강화해도, 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CP는 이 구조적 리스크를 막기 위한 보험이자 생존전략”이지만, 대기업 중심의 CP제도는 중소건설사가 활용하기에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담합·하도급 위험 걸러내는 보험”=CP는 기업이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등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해 내부에 구축·운영하는 준법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우리 회사가 스스로 담합·부당지원·하도급 갑질 등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을 걸러내고 직원들이 준법 행동을 하도록 관리·교육·점검하는 체계”라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CP는 2001년 처음 제도로 도입됐으며, 2006년 CP 등급평가제 시행으로 공정위가 기업의 CP운영을 등급(AAA~A)으로 평가해 가산점·감경 혜택을 준다. CP 등급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으면 ▲과징금 감경 ▲시정조치 공표명령 완화 ▲직권조사 면제 ▲공정위 표창 및 대외 홍보 ▲ESG·금융·조달 연계 등의 혜택이 있다.
◇입찰 담합·하도급 거래 위반하면=건설산업에 만연한 입찰 담합과 불투명한 하도급 거래는 과징금과 입찰참가 제한을 넘어, 이제는 임원 개인에게 수억원대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우는 현실 속에서 CP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고문은 “건설업은 입찰과 다단계 하도급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다. 자연히 담합, 수의계약, 지역 유착 같은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고 했다.
법 위반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으면 과징금을 내고 입찰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주주대표소송으로 대표이사, 이사, 사외이사가 개인 자산까지 물어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4대강 살리기 사업’, ‘영주다목적댐’,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등의 입찰담합 사건에서 담합에 참여한 D사는 총 282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주주들은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당시 대표이사·사외이사·이사 등 10명에게 과징금 전액을 손해배상하라며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위법을 방치한 경영진에게 최대 5억원 넘게 책임을 물었다.
◇대기업 중심…중소건설사에 맞춰야=이 고문은 “담합을 막으려면 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공정위가 제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은 아니다”라며 “결국 기업 스스로 CP를 통해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CP를 그냥 ‘하면 좋은 것’ 정도로 볼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생존은 물론, 경영진 개인 자산까지 지켜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CP제도는 대기업 기준에 맞춰져 있어 중소·중견기업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고문은 “CP 등급평가 가이드라인에는 대기업용, 공공기관용, 중소·중견기업용이 따로 있지만, 막상 평가해보면 지표 숫자만 줄었을 뿐 내용은 같다”며, “대기업도 힘들어하는 걸 중소기업에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한국건설관리학회는 1일 국회에서 ‘건설산업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CP, 단계형 모델과 인증제 도입을=이 고문은 CP가 ‘비용’이 아닌 ‘보험’으로 작동하려면, 중소·중견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단계형 모델과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은 지금처럼 고도화된 8대 요소 기준을 유지하되, 중소·중견기업은 CP를 ▲기초형(서약·교육) ▲표준형(내부규정·점검) ▲고도형(위험평가·개선계획) 등 단계별로 설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일정 수준만 도입해도 인증을 줘 공공입찰 가점, 협력사 평가, ESG·금융 우대 등 실익을 주자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인증을 공식적으로 부여해 공공조달, 대형 건설사·디벨로퍼 협력사 평가, ESG·금융 연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육·컨설팅 바우처 확대해 부담↓=이 고문은 “표준 운영규정, 자율점검 체크리스트, 영상교육 자료를 무상 제공하고,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만들어 중소업체도 쉽게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CP 컨설팅 비용 50% 바우처 지원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교육·컨설팅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대형사나 디벨로퍼가 협력사 선정에 CP 운영 여부를 평가항목으로 삼고, 공공입찰에서 가점으로 반영하면 중소건설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며, “문턱을 확 낮춰 처음에는 서약서·기본교육부터 시작하게 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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