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웰니스 ‘큰손’ 중동환자 잡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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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의료기술 웰니스 ‘큰손’ 중동환자 잡는 키워드 병원·관광 콘텐츠 부재 불만족…우수성 알리고 맞춤형 서비스 필요

기사입력2016-06-21 14:00

자국에서 치료가 어렵거나 의료비가 비싸 의료기술이 발달한 타국을 찾는 의료관광이 최근 국내 의료산업계에서 화두다. 그러나 중동국 환자들이 의료계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병원을 찾은 이들은 국내 병원시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환자와 함께 한 동반객이 함께 할 시설이 부족해 ‘의료관광’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증가·식습관 영향, 의료서비스 수요 높아…의료관광 유행

중동의 의료시설과 인력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의료관광산업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3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비율은 48.7%며, 제조업 27.4%보다 높고 성장잠재력도 커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산업이다.

중동 환자의 경우, 2014년 기준 아랍에미리트(UAE) 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 지출은 1537만원으로 전세계 191개국 가운데 1위다. 전체 외국인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가 208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7배 이상에 달하는 프리미엄 고객군이다. 향후 인구증가, 고령화 등으로 중동 의료관광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 병원들도 이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동은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높고 성인병 발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 UN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동지역 인구는 4억7000명으로 전세계 인구(73억5000만명)의 6.3%에 해당한다. 지난 15년간 연평균 2%씩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전세계 연평균 인구증가율(1%)을 웃돈다. 이와함께 중동의 더운 기후와 기름진 식습관으로 현지인들의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동 남성의 66%, 여성의 60%이상이 비만이며 전체 인구의 약 20%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의료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 의료시설의 경우 병상 수는 1만명당 11개에 불과해 세계 최하위권이다. 의료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도 적어 의사 수는 1만명당 25.3명, 간호사 및 조산사 수는 31.6명으로 낮은 수준이다. 또 전통적으로 외국인 의사 비율이 높지만, 주변국가인 인도·파키스탄 등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동환자들은 이들의 의료기술과 진료방식에 불신이 높은 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자국에서 만족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해외 의료관광을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4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는 20만명, 아랍에미리트는 13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의료관광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국가는 자국민들의 해외 의료관광을 허용하고, 치료를 목적으로 출국할 경우 치료비를 비롯한 항공료, 숙박비 등을 국가가 지원하며, 환자를 동행하고 여행가는 가족에게도 지원혜택을 준다. 특히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 고급 의료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이들은 치료와 함께 해외관광도 겸한다.

한국 고유의 ‘웰니스’ 자원을 의료관광과 연계하자

이들의 해외 의료관광지는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지역이 주류였다. 그러나 9·11테러이후 미국 등 서방국에 반중동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최근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 의료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동환자도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동국가 환자는 2009년 614명에서 지난해 6101명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연평균 46.6% 증가한 셈이다.

한국 의료기술은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중동에 진출해 현지인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들 병원이 제공하는 수준높은 의료기술,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한 현지인이 입소문을 내면서 내원 환자수가 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한국을 방문한 중동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중동환자들이 정부기관 외 실제 진료를 받았던 주변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한국 의료기관을 선택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연세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진기남 교수는 “한국을 찾아 만족스런 의료서비스를 받은 환자 소개로 내한한 환자도 많았다”며 “의료진의 전문성을 논리적·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평가가 좋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환자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보다는 ‘스타의사’를 키워 수술성공률, 치료결과, 글로벌 저널에서의 인용도나 평판을 알리는 등 의료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진 교수의 제언이다.

이와함께 간호사, 통역사, 의사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음식과 침구위생, 병실 내 청소 등에서는 만족도가 낮았다. 병원시설을 보수하고, 병원식을 할랄식으로 준비하는 등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환자와 함께 한 동반객이 즐길만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치료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마사지, 피부관리, 스파 등 ‘웰니스’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이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웰니스는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의미하는데 금연, 영양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을 포함한다.

진 교수는 “연간 1만명이 넘는 중동환자가 ‘유럽의 병원(Hospital of Europe)’이라 불리는 독일을 찾는다”며 “독일은 스파, 숲치유 등 다양한 자원을 이용해 의료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도 찜질방, 템플스테이 등 고유하고 독특한 웰니스 자원을 의료관광과 연계하고, 의료기관과 의료관련 기업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