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호칭파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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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삼성전자의 호칭파괴에 거는 기대 안 맞다며 되돌리는 기업도…다른 문제 함께 개선해야 효과

기사입력2016-07-01 18:40

삼성전자의 호칭파괴 도입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임직원간 수평적인 관계를 위해 직책 대신 ‘~님’이라고 부르는 제도다. 2000년대 초반 대기업들은 유행처럼 호칭파괴 제도를 도입했다. 오리온이나 해태제과처럼 포기하고 직책호칭으로 되돌려 놓은 곳도 있고, 여전히 시행 중인 곳도 있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니 어디가 잘했고 어디는 못했다고 말할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변화는 업계에 영향을 준다. 재계 1위 삼성전자가 한다고 하면 중소기업 경영진도 ‘우리 회사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쯤은 한다. 막상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대표의 개선의지가 있어도 임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일까, 삼성전자도 팀장급 이상은 직책 호칭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밖의 직원들끼리는 님, 프로, 선배님, 후배님, 영어이름 중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쓰라고 정했다. 아마 상사들 간 합의하에 적당한 호칭이 정해질 터다.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CJ E&M에 일하는 친구에게 정말로 직원들끼리 ‘~님’이라고 부르냐고 물었다. CJ는 2000년부터 호칭파괴를 도입한 그룹이다. 그 친구는 “나만큼 다나까체(엄격한 군대식 높임말)를 잘 쓰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업종 특성상 방송계 문화가 있어 직장 내 관계가 수직적이라고 했다. 상사의 말이 곧 법이라는 얘기다.

긍정적이라는 말도 있다. 얼마 전 인터뷰했던 스타트업에서는 서로 영어이름을 부른다고 했다. 한국이름이면 겸연쩍었을 텐데 영어이름이니 비교적 쉽게 부를 수 있다고도 했다. 신입사원도 대표의 이름을 부른다. 그 직원은 “다른 회사에 다닐 땐 상사들 앞에서 선뜻 내 의견을 말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어떤 얘기든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스타트업에 호칭파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개방성과 빠른 추진력이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해서다.

호칭파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른 개선안도 병행돼야 비로소 기업문화가 바뀐다. 삼성전자도 다른 개선방안을 내놨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회의는 1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전원이 발언할 수 있도록 만들고, 보고도 직급별 순차보고가 아닌 동시보고로 바꾸겠다고 했다. 반바지도 허용한다. 그런다고 삼성전자가 바뀌겠냐는 조롱이 더 많이 들리지만 나름대로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이 회사의 기업문화 개선이 성공한다면 다른 기업에도 훈풍이 불어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