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으로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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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남미 ‘메르코수르’ 무역협정으로 시장 선점 잠재력 크지만, 회원국간 정치경제 상황 달라 속단은 금물

기사입력2017-04-17 10:52

메르코수르(MERCO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으로 이뤄진 남미공동시장이다. 무역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1991년 출범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 단계 발전한 관세동맹이다. 회원국간 무역에선 90% 품목에 대해 무관세, 비회원국에 대해선 공통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남미지역 전체 인구의 70%(2억9000만명), 남미 전체 GDP의 76%(2조7000억달러)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다.

성장 잠재력도 커, 전세계 국가가 앞 다퉈 메르코수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07년 전세계 국가의 메르코수르에 대한 투자는 2.45%(459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4년 5.9%(724억달러)로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對메르코수르 투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투자 대비 평균 0.2~0.3% 수준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2.74%(7억4600만달러)까지 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잠재력이 큰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폐쇄정책위주로 운영되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고, 최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역내통합 및 아시아와의 대외협력에 관심이 높아져 협정체결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협정 체결시…관세인하, 비관세 장벽 완화 기대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그간 역외 FT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남미통합협회(ALADI)를 제외하고는 2007년에 발효한 이스라엘과의 FTA가 유일하다. 한국이 우선적으로 협정을 체결해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관세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에서 브라질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관세가 높다. 예컨대 전자기기·부품의 관세는 20%다. 해당품목은 2015년 기준 한국의 對메르코수르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도 줄어든다. 남미는 전통적으로 비관세장벽이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반덤핑 규제가 브라질 총 10건, 아르헨티나 4건인 상황에서 공정한 무역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메르코수르 공공조달시장 참여기회도 늘어난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정부조달협정(GPA) 미가입국이기 때문에 조달시장 참여부문에 대한 제재와 금액제한이 없다. GPA가입국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적은 규모라도 조달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가별 이해관계·외환통제·정치 고려한 협상전략 짜야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권기수 팀장은 지난 14일 열린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추진 관련 공청회’에서 “메르코수르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나 폐쇄적 경제공동체다. 이를 뚫는데 무역협정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국가별 정치적·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협정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며 기존 협상과정을 분석해 협상전략을 짤 것을 제안했다. 또 “무역협정에 거부감이 있어 FTA도 TA로 바꿔 부르는 상황인 만큼, 관세인하 협상에서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양국기업간 협력을 통해 제3국시장 공동진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FTA지원팀 박근형 팀장도 “회원국별로 협정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국가별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메르코수르를 단순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을 잇는 차세대 생산기지라는 점을 고려, 이를 반영한 조항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중남미협회 신승철 상근부회장은 “내년 브라질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 과거 폐쇄정책을 주장하던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며 “메르코수르의 대외 정치경제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