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부과기준 납품대금으로 원상회복 해야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과징금 부과기준 납품대금으로 원상회복 해야 증가액 30% 불과…공정위, 법위반금액 기준 부과기준율 한계

기사입력2017-06-22 18:4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대기업이 중소납품업체에 부당한 ‘갑질’을 하다 적발되면, 유통대기업이 얻는 부당이득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아야 마땅하다. 상식과 합리에 비춰보면 너무 당연하다. 과징금의 취지가 사업자 또는 개인에게 행정법상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것이고, 법 위반에 따른 ‘편익’보다 법 위반에 따른 ‘불이익’이 크지 않다면, 법을 지킬 이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소납품업체를 상대로 한 부당반품, 판촉비 부당전가 등 유통대기업의 온갖 불공정행위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도마 위에 올랐어도 꿈쩍도 않았던 공정위다. 오히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를 개정, 과징금 기준금액을 ‘납품대금’에서 ‘법위반금액’으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이후 변경안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자. 甲백화점이 乙납품업체에 5억원의 구두를 납품받았다. 이를 처리하지 못해 당초 계약과 달리 2억5000만원의 재고구두를 부당하게 반품했다면 납품가격은 5억원, 법위반금액은 2억5000만원이다. 공정위가 고시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5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깎아준 것이다. 고시 개정 당시 ‘공정위의 유통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물론 당시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기준을 바꾸면서 부과기준율을 20~60%에서 30~70%로 ‘찔끔’ 올리긴 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후 첫 번째 내놓은 ‘작품’은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상향함으로써 과징금 자체를 올려 유통대기업의 갑질을 억제하겠다는 고시 개정이다. 22일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현행 30~70%에서 60~140%로 두배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부과기준율이 두배 상향됨으로써 유통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또한 최대 두배까지 인상될 수 있다.

고시 개정안은 또 과징금 경감률을 현행 최대 50%에서 최대 30%까지 낮췄고, 유통대기업이 조사에 협조한 경우 적용하는 경감률 또한 최대 30%에서 최대 20%로 내렸다. ‘부담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사업 계속에 상당한 지장’ 등 모호한 감경기준도 자본잠식률, 부채비율, 당기순이익 적자여부 등으로 구체·객관화했다. 공정위의 주관 또는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대기업 봐주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제재수준 비교

*(종전 고시) 납품대금 산정이 곤란하면 정액과징금 부과 (현행 고시, 이번 개정안) 납품대금 산정이 곤란해도 법위반금액만 산정되면 정률과징금 부과(법위반금액 × 부과기준율)/단위:백만원<자료=공정위>

이밖에도 공정위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기업에 하루 평균매출액의 최대 0.2%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반복해서 법위반을 한 기업에 최대 두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발표했다. 고시 및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억지력이 높아지고, 과징금 감경·조정도 보다 구체화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유통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억지력이 높아질 것이란 공정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지난해 6월 고시 개정으로 개악된 과징금 부과기준인 ‘법위반금액’이 ‘납품대금’으로 ‘원상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이날 실제 과징금을 부과한 5개사 사례를 이번 고시 개정 이전과 이후로 나눠 과징금 변동금액을 밝혔는데, 고시 개정으로 증가한 과징금은 5개사 평균 32.2%에 불과하다.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두배 올렸음에도 실제 증가하는 과징금은 32%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로, 관행화된 유통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말과 사소한 몸짓 하나하나에 국민들이 감동하고 있다.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비서실장의 대면보고조차 꺼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폄하하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80% 내외 절대 다수 국민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대통령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구체제 기득권자들에 대한 적폐청산을 위해 개혁적 인사를 찾아냄으로써 잃어버렸던 헌법적 가치도 복원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또한 대통령이 발굴한 인재중 한명이다. 공정위의 역할에 대해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가맹점주·대리점사업자·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그 분들의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스스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