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받는 ‘자유무역’…주요국 FTA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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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공격 받는 ‘자유무역’…주요국 FTA로 맞선다 미·중 패권경쟁과 경제안보 통상 확산에 협정 네트워크 재편 가속

기사입력2025-10-15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의 ‘국가안보형 통상조치’ 강화, 유럽연합(EU)의 탄소규제 확산, 중국의 공급망 자립 전략 등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이 경제안보 논리로 재편되고 자유무역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오히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공격받는 자유무역 시대, 주요국 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부터 2025년 들어 주요국 간 FTA 협상 및 발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FTA 르네상스’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근 통상 환경의 특징을 ‘안보 중심의 통상정책 확산’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전략 품목의 수출·투자를 통제하며 사실상 동맹국까지 겨냥한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최대 50%)를 부과하고, 무역확장법을 활용한 안보 조치를 남발하면서 자유무역의 핵심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주요국은 ▲신규 FTA 체결 및 중단된 협상 재개 ▲기존 FTA 심화 ▲다자·지역 무역협정 가입 등으로 양자·지역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국, FTA 네트워크 확장 경쟁…2025년 협상 가속화

2025년 들어 주요국들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르며 세계 통상질서 재편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간 FTA 협상 또는 발효가 잇따르면서, 각국의 통상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24년 12월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FTA를 타결하며 중남미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2025년에는 인도와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7월에, 인도네시아·호주 등과의 협정을 5월에 각각 체결하며 통상 다변화 전략을 강화했다. 영국 역시 5월 인도와의 FTA를 마무리하며 브렉시트 이후 독자 통상정책 성과를 가시화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도 8월 메르코수르와 FTA 협상을 타결, 미주 지역 내 자유무역망 확대에 나섰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FTA 추진이 활발하다. 일본은 인도, 아세안, 호주 등과 기존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 업그레이드하며 교역 품목 확대와 서비스 시장 개방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중동과 유럽 지역으로 협상 대상을 넓히며 스위스, 걸프협력회의(GCC), 아랍에미리트(UAE) 등과의 FTA를 체결 중이다.

특히 2024년 11월 영국이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공식 가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블록화가 더욱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태국, 필리핀, 한국 등 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CPTPP 신규 가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역내 공급망 안정과 시장 통합을 위한 협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韓, FTA 체결국 중심으로 교역 재편…비중 90% 돌파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FTA 선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를 확대해온 결과, 이제 한국의 교역 구조는 사실상 FTA 체결국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은 전체의 87.4%, 수출 기준으로는 92.1%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한국의 수출 10건 중 9건 이상이 FTA 체결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FTA 교역 증가율은 연평균 5.1%로, 비(非)FTA 국가와의 교역 증가율(3.7%)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FTA가 한국 수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최근 중단된 FTA 협상을 재개하거나 기존 협정의 개정 논의를 진행했으며, CPTPP(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를 중심으로 다자·지역 협정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5년간 중단됐던 한중일 FTA 협상은 트럼프2기 관세조치를 앞둔 올해 3월 협상이 재개됐으며, 5월에는 한국-말레이시아 간 FTA 9차 협상 진행, 6월 한국-태국 EPA(경제동반자협정) 6차 협상 진행, 8월 한국-방글라데시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1차 협상을 진행하는 등 신규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 올해 1월에는 기체결된 한국-중국 FTA에 대한 개정 협상을 진행했으며, 9월에는 CPTPP(복수국간 지역무역협정) 가입 검토에 들어갔다.

FTA 적극 활용해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보고서는 주요국이 FTA 확대를 통해 다양한 국가적 목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인 한국이 첨단산업 분야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FTA를 통해 작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글로벌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FTA를 통해 관세 인하, 비관세장벽 완화, 서비스·투자 자유화를 촉진하고, 기업은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활용해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단가를 절감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초기 점유율이 장기 우위로 고착되는 승자독식 구조를 가지므로, FTA를 적극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규범을 선도하는 한편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CPTPP 가입을 위한 국내 절차를 조속히 재개하고 동시에 우리 취약 분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PTPP는 기존 FTA에 비해 상대국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이 가능하므로, CPTPP에 가입함으로써 수출시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