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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일상적 장면과 상상력이 빚은 보이는 것 너머의 것들
홍수정 개인전, 10월22일부터 11월1일까지 학고재 아트센터
- 기사입력2025-10-16 10:49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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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홍수정 작가>“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오래 머무른다.”홍수정 작가는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 그 사이에서 감지되는 설명할 수 없는 진동을 회화라는 언어로 옮겨내는 작업을 한다. 오는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개인전 ‘보이는 것 너머의 것들’은 그 진동과 파동,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자리다.이번 전시에서 ‘에너지의 흐름(Energetic Flow)’은 홍수정 작업의 핵심 개념이다. 그는 매일의 자연에서 느껴지는 빛과 바람, 물결의 떨림을 세밀한 선과 색의 응축으로 직조하며, 보이지 않는 진동의 에너지를 회화로 옮겨낸다. 그의 작품 속에서 선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환하는 힘의 기록이자, 색은 그 흐름에 호흡과 감정을 불어넣는 매개다.미술평론가 홍경한은 이번 전시에 대해 “홍수정의 회화에는 사물의 외형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잠재된 힘의 흔적이 소환된다”며 “그의 ‘에너지’는 이동과 변환 속에서만 드러나는 비가시적 힘”이라고 평한다.대표작 '에너지의 숨'(2025), 'An energy valley'(2024), 'Conversation'(2024) 등은 이러한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얇은 선과 점들의 집합은 미시적 구조로부터 우주적 스케일의 생명력까지 확장되며, 인간과 자연,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홍경한은 특히 'Conversation'을 가장 빛나는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붉은 하늘 아래 두 개의 빛나는 형상이 서로를 향해 서 있는 장면은 언어 이전의, 존재적 교감의 순간을 그려낸다”며, “두 발광체는 말은 없지만 서로를 향한다는 사실만으로 깊은 소통을 만들어낸다”고 해석했다.홍수정의 회화는 자연에 대한 찬가이자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사유이기도 하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우리의 삶은 자연의 순환과 닮아 있다.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흐름”이라고 적었다. 그의 회화적 여정은 바로 이 순환의 리듬 속에서 순간의 반짝임을 붙잡고, 그것이 흘러가도록 두는 행위 그 자체다.홍경한은 “그의 에너지는 단일한 물리량이 아닌 존재를 잇는 원리로, 생명과 순환, 회귀의 상징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는 홍수정에게 단순한 주제가 아니라, 세계를 연결하고 감각을 확장시키는 근원적 원리인 셈이다.이번 전시는 홍수정 회화 세계의 집약적인 문장이다. 반복과 증식의 리듬, 색의 파동,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의 울림이 함께 진동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