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를 사랑, 기억, 빛의 드라마로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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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도시 전체를 사랑, 기억, 빛의 드라마로 채우다 아비뇽을 수놓은 우주…장-미셸 오토니엘

기사입력2025-10-12 10:00

지금 프랑스 아비뇽의 고도(古都) 전역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의 예술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5년 6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OTHONIEL COSMOS or the Ghost of Love)’은, 예술의 도시 아비뇽이 21세기적 감수성으로 빛나는 거대한 무대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 전시전경, 프랑스 아비뇽 다리, 2025. 사진 François Deladerrière,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프랑스 동시대 조각의 시인, 오토니엘

이번 프로젝트는 교황청과 미술관, 박물관, 예배당, 고대 다리, 광장 등 10개의 상징적 장소 곳곳에 오토니엘의 신작 및 대표작 260여 점을 배치해, 한 도시 전체를 입체적인 예술 오페라로 바꿔놓는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조형 언어로 ‘사랑과 상실, 기억과 매혹’의 테마를 탐구해온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조각가다. 유리, 금, 대리석 등 다양한 재료와 빛, 색채, 공간을 결합해, 일상과 신화·역사, 세속과 신성의 경계를 허문다. 1992년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서 유황 조각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2000년 파리 지하철 팔레 루아얄-루브르 역의 ‘야행자들의 키오스크’로 대중적으로도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후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서울 리움,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공공장소에 작품을 남기며, ‘빛과 유리’의 시학을 구축했다.

코스모스, 사랑의 유령…장소적 감성의 마법

아비뇽 교황청에는 새롭게 제작한 106점 등의 신작을 포함, 총 133점이 15개 공간에 걸쳐 전시된다. 샹브르 드 파르망에는 미러글라스와 금박으로 이루어진 ‘별자리’ 공중조각 시리즈가, 그랑드 샤펠에는 지름 5미터의 대형 금빛 코스모스 천체 모빌과 파란 벽돌 바닥 설치가 펼쳐진다. 야외 분수에는 무라노 유리와 금박 청동의 ‘환희의 분수’가, 정원과 광장, 고대 다리, 작은 예배당, 미술관 등에는 유리, 금, 벽돌,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이 도시의 역사·문학·종교적 맥락과 응답한다.

“오토니엘의 전시는 도시를 예술의 대화와 명상의 장(場)으로 확장시키며, 사랑과 영혼의 흔적이 깃든 감각적 경험으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그의 대표작인 하트 모양 유리 조각, 십자가를 형상화한 다리 위 설치, 연꽃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과 미니멀 회화, 인도 유리벽돌로 만든 ‘프레셔스 스톤월’ 등은 아비뇽의 공간을 낯설고 시적인 우주로 바꾼다.

조각, 회화, 공간…사랑의 형태, 빛의 경계

그는 프랑스 생테티엔 출신으로, 파리-세르지 고등미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설치·미디어·조각 등 실험적 경력으로 출발했다. 공공미술에서 실내외 전시, 동시대 미술관, 심지어 대서사 퍼포먼스까지 무대를 넓혀온 그는, “예술은 장소와 사람, 기억과 감정의 총체적인 공명”임을 작품으로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