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ㅣ 사설
미국 VC회수 94%가 M&A…시장활성화 필요
신규 벤처투자 규모뿐만 아니라 M&A 등도 주목해야
- 기사입력2025-10-1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올해 들어 신규 벤처투자가 증가했다는데, 민간에서는 투자 확대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의 외형뿐만 아니라 M&A 활성화 등을 통해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5.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4.5조원)부터 2년연속으로 늘어났다.벤처펀드 신규 결성은 6.2조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1년새 19.4%가 뛰어올렀다. 출자자 유형별로 보면, 정책금융이 8% 늘어났고 민간부문은 22% 증가했다. 연기금·공제회의 출자가 1년새 130%, 일반법인은 58% 증가해 상승세를 견인했다.이같은 투자확대에도 민간에서 체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 올해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상반기(6.6조원)과 2022년 상반기(7.6조원)에는 여전히 못미친다. 투자규모가 들쭉날쭉하니 벤처기업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었다. 벤처투자 규모 자체도 더 늘어나야 하고, 투자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엿보인다.투자규모 못지않게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문제다.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펴낸 국정감사정책자료집에서,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M&A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한국의 VC는 투자금 회수의 42.3%를 IPO로 하고 있었으며, 매각은 41.7% 규모라고 짚었다. 반면 미국 VC는 투자금 회수의 약 94%가 M&A여서 대조를 보인다는 것이다.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M&A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은 IPO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4.4년으로 미국(5년)보다 오래 걸린다고 주장하며, “회수 주기가 지연되고 자본 재투입 속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게다가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22년 3.3조원, 2023년 2.5조원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처럼 M&A 시장에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VC의 벤처투자액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회수 시장의 불확실성이 민간 투자 위축과 악순환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금 공급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회수 불확실성 해소가 투자 기반 확대와 리스크 분산, 창업자 풀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M&A 시장 활성화 지원 및 제도 개선으로는, 국내 대규모 M&A를 주도하는 해외 투자자와 기업에 유망 스타트업들이 노출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 인수 수요와 국내 스타트업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중견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세제 감면·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투자 리스크와 정보 격차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벤처투자의 규모가 확대되는건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것이 유망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보다는 벤처투자가 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M&A와 IPO 등은 투자자에게는 투자 회수의 경로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