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성장 은행…‘사회적책임’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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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나홀로’ 성장 은행…‘사회적책임’을 이행하라 독과점적 영업권을 인정해 준 경제주체 모두에게 성과수혜 있어야

기사입력2017-11-02 15:4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반도체 등 수출호황업종과 대기업이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시중은행의 실적도 눈부시다.

신한은행은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706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1% 증가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3분기 당기순이익만 8137억원으로 올해 1·2·3분기 연속 8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른 시중은행의 고공행진 추세 또한 다르지 않다. 기업은행의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1.4% 증가한 1조2472억원, 하나금융지주는 1조5410억원(24.3%)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각각 2조7577억원, 1조37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산업전반에 깔린 ‘저성장기조’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되는 시중은행의 초고속성장세는 4분기 국면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는 12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한은 또한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한 상태에서 순이자 마진폭이 커지는 등의 영업환경이 개선된다는 것이 이유다.

시중은행이 한국경제와 동떨어진 ‘외딴 섬’에서 영업하고 생존할 것이 아니라면, 시중은행의 성과는 관련업계 이해관계자들에게 나누어져야 한다. 시중은행의 종업원과 주주, 거래 관련기업과 금융소비자 그리고 은행에 독과점적 영업권을 인정해준 경제주체 모두가 크든 작든 성과수혜에서 소외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특히 반도체와 IT부문 고성장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경제회복’을 전망하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성급한 진단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반도체산업 주도 경기회복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조업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8.1%, 영업이익의 32.4%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체 제조업의 영업이익은 1/3토막난다는 얘기다. 장치산업인 반도체산업이 한국경제의 생산과 설비투자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창출 여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산업구조다.

정부가 ‘핀셋증세’까지 동원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진력하는 이유도 민간부문 특히 수출주력산업이 이미 자본고도화된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어려운 시기에 정부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중은행에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우리 공동체의 요구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시중은행의 실적이 눈부시다. 신한은행은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706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1% 증가했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른 시중은행의 고공행진 추세 또한 다르지 않다. 같은기간 KB금융지주는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사진은 KB국민은행. ©중기이코노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장애인의무고용률(2.7%~3.0%)을 준수하지 못해 최근 5년동안 시중은행이 부담한 고용부담금은 총 710억원에 이른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시중은행은 장애인을 고용해 사회적책임을 이행하는 대신 매년 100억원의 돈으로 때웠다. 시중은행은 “솔선수범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고용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란 민 의원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은 공기업·대기업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지만, ‘시중은행이 요구하는 업무역량을 장애인이 갖추지 못해 채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근로취약계층을 고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고용노동부 등과 연계해 필요한 소양 및 업무 관련교육을 받게 한 이후에 채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시중은행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사회적책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쌓아놓은 돈의 극히 일부를 ‘적선’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돈을 버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내부 종업원에 대한 사회적책임을 이행했는지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국민·기업은행 등 5대은행에 고용된 ‘중규직’의 90% 이상은 여성이다. 중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고용은 보장받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고 승진기회도 제한된다.

시중은행이 중규직군 종사자를 90% 이상의 여성으로 채우고, 정규직엔 일부 여성과 남성만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여행원제’ 부활로 여성차별이다. 정부로부터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를 보장받은 시중은행이 장애인에게는 아예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고, 여성을 차별하는 행태를 묵인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올해 연말이면 또 어김없이 금융지주사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을 포함,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최저생계비 수준도 되지 않은 최저임금액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봉급에 목을 맨 수백만 가장들의 질시어린 부러움도 함께 받으면서.

‘더 이상 나가면 안된다’는 국민의 경고에 시중은행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동체에 함께 살면서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면, 시중은행에 부여된 독과점적 영업권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