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하다 다친 경우 모두 산재로 인정받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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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회식하다 다친 경우 모두 산재로 인정받지 않아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 강제성 등 여러 사정 종합해 판단

기사입력2018-03-31 12:00

이진우 객원 기자 (cplaljw@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이진우 노무사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회식자리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회식은 보통 술을 마시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 등으로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산재 신청이 있다.

하지만 회식 관련 모든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지 살펴본다.

회식 중 업무상 재해는 행사 중의 사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명시가 돼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서는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

회식 중 업무상 재해와 관련한 판례를 보면,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춰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부서장이 아닌 하급 관리자가 회식의 주최자이거나 ▲사전에 보고나 공지가 없었던 경우이거나 ▲친목 도모의 성격이 강한 경우이거나 ▲비용의 일부를 근로자가 지불하거나 모임의 회비로 충당한 경우이거나 ▲일부 인원만이 참석하거나 도중에 이탈한 경우이거나 ▲회식 주관자 등이 참석하지 않았거나 이탈한 경우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회식 관련 모든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의 회식 중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판례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했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했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상사가 회식 참석 직원들에게 술잔을 돌리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 술 마시기를 강요했는지 ▲마신 술의 양이 어느 정도 인지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 상에 있고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쳤는지 등의 사정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또한, 회식 후 퇴근을 하다가 부상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위에서 판단한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에 대한 사정들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회식 중 산재는 각각 케이스마다 여러 가지의 상황이 있고, 케이스마다 그 상황이 모두 다르다. 예컨대, 술을 마시던 중 흡연을 하러 나가는 도중의 사고, 흡연을 하려고 했더니 담배가 없어 담배를 사러 가던 중 발생한 사고, 회식 중 잠시 전화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발생한 사고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도 위에서 살펴본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들을 검토해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회식 중 산재는 대부분 음주와 관련된 것이므로 과도한 음주는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