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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언어속 ‘은유’를 알면 일상을 파악할 수 있다
Money metaphor ①two cents…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표현
- 기사입력2018-05-28 14:25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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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어와 미국문화’ 연재를 시작하며
흔히 언어는 그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한다. 어떤 언어를 고급수준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종교학의 초석을 다진 뮬러는 ‘하나만 알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그것 하나만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것과 비교를 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뮬러의 말은 외국어를 습득하는 학습태도와 접근법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즉 영어를 고급수준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영어와 영미문화 현상을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와 한국문화 현상과의 비교·성찰을 통해 한 차원 높게 학습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필자는 약 10년간 학위 공부를 위해 미국에 체류하면서 위의 교훈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 문화권 속에서 생활하며 표면적인 영어능력이 향상된 것 못지않게, 미국문화를 한국문화와 비교하는 성찰을 통해 미국영어와 미국문화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이런 끊임없는 비교·성찰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내 자신의 정체성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심화시킬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영어 문화권 숲 속에서 그 숲의 구조와 생태를 알게 됨으로써, 그 이전에 한국이라는 숲 속에서 있으면서 깨우칠 수 없었던 내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단 말이다. 아울러 끊임없이 한미 양국의 언어와 문화 사이의 차별성과 보편성을 찾으려는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숱한 밤을 지새웠단 말도 덧붙이고자 한다.
필자는 이번 ‘미국영어와 (미국)문화’ 연재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한미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비교·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 차원 높은 영어학습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같은 목표에 따라 연재물을 구성함에 있어, 영어 표현 이외 관련된 영어권 문화에 대한 소개도 함께 제공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이 연재물을 꾸준히 읽고 학습하면 유용한 미국 영어 표현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문화와 우리 한국문화에 대한 비교·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통찰력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대륙 발견 이후 500년 정도의 역사를 통해,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는 그들 사회를 움직이는 두 개의 큰 정신적 지주가 있다. 그 하나는 유럽 대륙에서 청교도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해 온 개척민들의 자유와 평등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 신앙(Christianity)이다. 그리스도교 정신이 그들의 삶의 방향을 이끈 정신적 지주였다면, 그들 사회의 구조와 모습을 결정한 것은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이 두 개의 사상적 흐름이 미국인들의 언어생활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고, 현대 미국영어의 흥미로운 표현들 속에서 그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먼저 미국영어에 널리 퍼져있는 자본주의적 특징을 살펴보자. 미국인들은 그들의 일상 대화에서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나타내기 위해 ‘two cents’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My two cents is that we have to be more aggressive in this deal.”(제 소견으로는 우리가 이 일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한국어 번역이 보여주듯 ‘two cents’를 직역해, “저의 2전은 …” 식으로 하면 매우 어색해진다. 그 이유는 ‘two cents’란 표현이 화자 자신의 ‘의견의 가치’를 돈에 견줘 표현한 미국 언어문화권 고유의 은유적 표현이기 때문이다.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two cents’같은 표현을 일상에서 매일 쓰는 미국인들조차도, 이 표현이 ‘돈의 은유(money metaphor)’인걸 깊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굳어진 표현이 되었기 때문이다.인지언어학자인 Lakoff & Johnson(1980)에 따르면 ‘은유’란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목표영역(target domain)’을 화자들이 자신이 속한 문화권 속에서 구체적이고 익숙한 ‘근원영역(source domain)’으로 비유해 이해하는 방식이다.
미국인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의 가치를 돈의 가치에 비유한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 저변에 자본주의적인 가치관이 얼마나 강하게 깔려있는가를 잘 드러낸다. 사진은 뉴욕항 모습.<사진=이창봉 교수>자신이 제시한 의견의 가치를 돈의 가치에 빗대어 표현한다는 점에서 ‘OPINION IS MONEY’라고 공식화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의 가치를 돈의 가치에 비유한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 저변에 자본주의적인 가치관이 얼마나 강하게 깔려있는가를 잘 드러낸다.한국어에서 자신의 견해를 겸손하게 나타내기 위해 ‘제 소견(所見)으로는 …’과 같은 한자어가 들어간 표현으로 겸손성을 표현하는 것과 대조해보면, 그들의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의 영향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two cents’라는 표현은 다음과 같은 문법형식과 구조 구문과 어울려져서 관용적으로 쓰이므로 잘 익혀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A: What do you think we have to do to solve this problem?(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B: Here‘s my two cents.(여기 제 의견이 있습니다.)A: Any ideas or suggestions?(의견이나 제안 있으신가요?)B: I would like to throw in my two cents into this matter.(이 문제에 대해서 제 의견을 말하고 싶습니다.)Lakoff & Johnson(1980)은 그들의 획기적인 저서인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에서, 은유가 인간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자체를 보여주며 우리의 일상 언어 속에 널리 퍼져있고 그 언어문화권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한 문화권에서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근원영역’으로 사용한 은유 표현이 발달되었는지를 보면, 그 언어문화권의 특징 즉 그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번에 ‘two cents’라는 돈의 은유 표현에 이어 다음에는 미국인들이 그들의 일상 언어사용에 있어 얼마나 많은 ‘목표영역’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어떤 구체적인 돈과 관련된 현상에 비유해 표현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그들 문화의 자본주의적 속성을 파헤쳐보기로 한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