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확신’을 주려면…‘I bet’ or ‘You 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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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상대에게 ‘확신’을 주려면…‘I bet’ or ‘You bet’ Money metaphor③bet…돈을 걸어도 될만큼 확실하다는 의미

기사입력2018-06-25 12:05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University of Pennsylvania 대학원 재학 시절 초기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언어학과 개강 파티를 앞두고 했던 미국친구와의 대화내용이다.

A: Are you going to come to the party this Saturday?

B: You bet.

처음 이 표현을 들었을 때 그 친구가 정확히 무슨 뜻으로 얘기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웃으면서 강한 어조로 얘기하기에 오겠다는 말이겠거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표현에 대해 직접 그 친구에게 질문을 해서 ‘네가 돈을 걸만큼 확실히 믿어도 돼’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

이 돈의 은유 표현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미국인들은 도박을 매우 즐기는 편이어서 Las Vegas나 Atlantic City 등의 도시에 거대한 casino문화를 구축해 놓았다.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이들 도시 casino문화의 대단한 규모와 경영의 치밀성에 놀란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90년대 초 Las Vegas를 방문했을 때, 거대한 규모와 현란한 시설을 갖춘 casino가 광활한 사막의 땅에 산재한 광경을 보고 ‘거대성을 추구하는(Big is Beautiful)’ 미국문화의 전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도박, 경마, 증권투자, 스포츠게임에 베팅을 하는 ‘돈 걸기’ 문화에 익숙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디에 돈을 건다는 것(bet)이, 그것의 가치와 미래의 잠재성을 확실히 믿는다는 뜻으로 비유 발전하게 된 듯하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아무튼 미국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도박, 경마, 증권투자, 스포츠게임에 베팅을 하는 ‘돈 걸기’ 문화에 익숙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디에 돈을 건다는 것(bet)이, 그것의 가치와 미래의 잠재성을 확실히 믿는다는 뜻으로 비유 발전하게 된 듯하다.

지난주에 공부한 동사 ‘buy’와 유사하게 ‘bet’의 목적어로 ‘that-절’을 사용하는 표현도 자주 발견된다. 이 때 that-절에서 진술한 내용을 화자가 돈을 걸만큼 확실하게 믿는다는 뜻을 전달한다. 구체적인 예를 스포츠 얘기를 통해 살펴보자.

매년 4월초 대학을 졸업하는 미식축구 선수들을 프로팀들이 선발하는 대학선수 선발제(draft)가 있다. 이때 좋은 선수를 뽑는 것은 앞으로 팀의 미래 성적과 직결되고, 미래를 위해 증권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차 지명회전(first round)에서 뽑히는 선수에게 수백만불의 연봉을 지급하기 때문에 각 팀의 입장에서 보면 극도로 중요한 투자결정이다. 이런 이유로 각 팀을 응원하는 팬들도 draf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느 선수가 더욱 훌륭한 선수인지 혹은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sports radio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게 마련이다. 이때 흔히 접하게 되는 표현이 바로 다음과 같이 동사 ‘bet’ 뒤에 that-절을 쓰고, 그곳에 어느 특정 선수가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장들이다.

I bet that Carlson Wentz will be one of the best quarterbacks in this league.

‘bet’을 응용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표현으로 ‘your best bet’이 있다. 이 표현은 상대방이 충고나 조언을 구할 때 ’가장 좋은 길은 ~하는 것이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널리 쓰인다. 즉 어떤 상황에서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 혹은 방법을, 도박판에서 가장 현명한 돈 걸기에 비유해 사용해 표현한다. 예를 들면 연애 고민에 깊게 빠진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 I feel lost. I really don't know what to do. She seems to be truly upset this time.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녀가 이번에는 정말 화난 것 같아~!)

B: Your best bet would be to sincerely apologize to her first.

(네가 선택할 가장 좋은 길은 그녀에게 우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일거야)

사실 요즘 한국문화권에서도 일상 대화에서 ‘돈을 걸다‘ 혹은 ’내기하다’ 같은 동사가 흔히 쓰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내기할래?’ 혹은 ‘네가 한 말을 돈을 걸만큼 확실히 믿어도 돼?’ 같은 표현들을 자주 엿듣게 된다. 특히 어느 개그맨이 즐겨 쓴 이래로 ‘~에 500원 걸께’라는 표현은, 자신은 없지만 나름 소신으로 어떤 가능성을 믿을 때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요즈음 한국사회도 자본주의체제가 굳어지면서 돈과 경제활동과 관련한 개념이 의미 확장된 은유 표현이 증가하고 있음을 관찰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중 어느 분의 facebook에 쓴 글중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요즘 민주당은 상한가 자유한국당은 하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지지도 변화를 주식가치 상승과 하락에 비유해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 이런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증권에 매달려, 위와 같이 표현했을 때 더욱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예는 어느 언어문화권에서든지 그 구성원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일상적 문화현상이, 그들의 언어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한국사회나 미국사회 모두 자본주의체제의 압도적인 주도로 자본주의 가치관이 팽배해 있고, 이 지배적인 경향이 언어 현상에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