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근절, 총수일가 견제 시스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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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일감몰아주기 근절, 총수일가 견제 시스템 필수 끊이지 않는 불법, 공정위·검찰의 조사와 처벌만으론 한계

기사입력2019-11-23 1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쟁입찰 등 합리적 고려·비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를 제시하였는바, 이를 계기로 일감 개방문화가 확산되어 경쟁력을 갖춘 중소·독립기업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공정위 보도자료의 한 구절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며, 이 지침을 참고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일감을 개방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힌 것이다.

지침은 말 그대로 기업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볼 것인지 판례 등을 통해 확립된 기준 등을 지침으로 정리했다.

오정훈(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SK 3세 기업 후니드 통한 태영·SK그룹의 배임·일감몰아주기 혐의 고발 및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제공받는 특수관계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총수일가다. 2014년 2월 관련규정이 시행된 후,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법 준수를 유도”했다.

자발적인 법 준수를 통해 법이 금지한 내용이 자연스레 사회의 상식이 되고, 기업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이 발효된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통해 제재절차에 들어갔다. SBS 역시 모기업인 태영건설의 윤석민 회장과 관련된 용역업체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 고발에 따라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혐의도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조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효성 계열사들이 부당한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조 회장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총수일가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실태로 보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 재벌기업 전부를 조사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정밀하고 꼼꼼한 조사를 통해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조사와 처벌 이전에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대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조사대상은 하나같이 자산 수조원대 대기업들이이며, 개인회사도 아니고 상장사들이다. 총수일가가 사적 이익을 거리낌 없이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의미다. 총수일가가 상법과 지분율에 근거한 합당한 권리를 넘어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주주나 사외이사, 회사구성원들 모두가 총수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