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극복, ‘책임있는 자본주의법’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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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코로나 피해 극복, ‘책임있는 자본주의법’ 참조 상생과 연대위해 한국형 도입 제안…‘플랫폼세’도 검토해야

기사입력2021-01-2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상생과 연대를 위한 입법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미국에서 발의된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the Accountable Capitalism Act)’의 한국형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은 기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한 해당 기업과 직원, 협력업체 노동자, 소비자 그리고 지역 공동체까지 포함하는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그 이익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AC)는 코로나 이전(BC)과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사고와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새로운 상황에 부합하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가 19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코로나19 극복 및 상생과 연대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상생과 연대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특히 최 교수는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일회성 차원의 조치가 아닌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이 지난 2018년에 발의한 ‘책임 있는 자본주의법’을 한국형으로 도입해, 모두의 자유와 연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책임있는 자본주의법은 연간 매출액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은 주주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인이 이익을 함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도 사람처럼 법적 권리를 갖기 때문에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의 취지다.

최 교수는 미국의 많은 부유층이나 기업 등이 ‘기업은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고,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확산 분위기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K-방역 원리로 사회를 재구성=최 교수는 전 세계가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K-방역의 해법을 코로나19 피해지원 방식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K-방역의 교훈은 개방성(연결)과 투명성(신뢰), 자율과 협력 가치의 강조라고 했다.

K-방역 해법은 또한 ‘한국판 뉴딜’이 실현할 가치, 특히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생태계’의 구성 원리와 동일하고, 코로나 이후 디지털 생태계로의 이행이 가속화된다는 점에서 K-방역의 원리로 사회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인주의 문화에 기초한 전통적인 중심 국가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무력감을 드러낸 이유도 개방과 연대, 자율과 협력의 가치를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해 광범위…선별 어려움 있다=이와함께 최 교수는 코로나 재난의 사회적 충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연결과 통합이 된 시대에 빠른 감염을 특징으로 하는 코로나 재난의 경제적 충격은 경제 생태계 연결망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파괴해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기존의 경제 충격과 달리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해 피해를 선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지원함에 있어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하며, 선별정책만을 고수하는 것은 불공평과 비효율성을 가져온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지론이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의 피해는 비용과 수입 측면에서 존재한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비용 측면은 선별지원이 필요하다. 매출 측면은 전 국민의 지원이 필요하다. 즉 비용 측면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자영업자가 버티기 어렵고, 수입이 잡혀야만 정부의 선별지원 비용이 줄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선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피해를 본 일반국민의 소외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전 국민 지원은 이런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최배근 교수>

◇재정안정주의 미신에서 벗어나야=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정안정주의의 미신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기축통화나 준기축통화국인 미국, 중국, 유럽 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가계채무보다 정부채무가 높고, 정부채무가 높다고 해서 경제위기나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1년간(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채무는 51.5%에서 56.6%로 5.1%p 증가하고, 정부채무는 120.2%에서 130.6%로 10.4%p 늘었다. 정부채무의 증가율이 두배 이상 높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가계채무는 93.6%에서 100.6%로 7%p 증가하고, 정부채무는 40.8%에서 45.9%로 5.1%p 증가했다. 가계채무 증가폭이 더 큰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계채무는 싱가포르보다 약 2%p 더 증가한 반면 정부채무는 싱가포르 증가폭의 절반도 안된다.

최 교수는 지난해 기준 기획재정부 추산 정부채무를 43.9%(846조9000억원), 명목GDP 1929조1600억원일 경우, 100조원을 추가 투입할 경우(1차 지원방식 기준) 11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일으키며 정부채무 비중이 43.4%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