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입법이 지연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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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구글 갑질 방지법…입법이 지연될 이유가 없다 수수료뿐만 아니라 각종 갑질을 예방할 법안을 만들어야

기사입력2021-02-25 13:29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입법이 지연될 이유가 없는데, 국회 과방위가 구글 갑질방지법 처리를 보류했다.<사진=뉴시스>

구글 갑질 방지법 입법이 또다시 지연됐다. 구글과 같은 시장지배적인 앱마켓 사업자가 입점업체에게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인데, 지연될 명분과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을 논의했으나, 찬반이 엇갈리면서 처리를 보류했다.

여야는 지난해 이미 법안 처리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입점 앱에 구글 자체 결제 이외의 결제방식을 금지하는 방안을 올 1월 시행하려 하자, 관련 업계 모두가 이를 방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30%의 수수료가 플레이스토어의 모든 앱에 일괄 적용되면, 특히 비게임 앱에서 수수료 부담이 현재보다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 결제방식 강제 자체가 갑질이란 해석도 많다.

그런데,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를 올해 10월 시행으로 연기하자 관련법 처리도 뒤로 미뤄져 버렸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콘텐츠 업계의 여러 협회들, 소비자 단체들이 함께 입법에 나설 것을 국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다시 국회 과방위가 법안 처리를 보류한 것이 어떤 명분에서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구글의 갑질방지 입법에 필요한 논의는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 일례로, 소비자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인터넷정책 자문기구인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도 시장지배적 앱마켓 사업자가 다른 결제방식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최근 알린 수수료 인하 방안이 법안 처리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구글이 최근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일부 국회의원실에 개별적으로 전했다는 소식이 들린데 따른 것이다. 구글이 수수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갑질방지법 처리 지연의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

구글의 갑질이 수수료에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승래 국회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15개 앱 사업자 가운데 37.8%가 앱 등록거부, 심사지연, 삭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수수료뿐만 아니라 각종 갑질을 포괄적으로 금지할 법안이 필요한 이유다.

앱이나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런 갑질을 겪으면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포기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를 포괄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심지어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수수료 강제정책을 놓고 소송전을 시작한데 이어, 최근 EU에서도 반독점법 위반 등을 이유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국내의 공정거래법 등 이미 있는 법에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앱 개발사나 콘텐츠 사업자들이 글로벌 플랫폼 공룡들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회가 입법에 나서는게 최선이다.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갑질 예방을 위한 거래 절차를 마련하며, 어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더 이상 입법이 지연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국회가 구글의 갑질방지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