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의 혁신일까 난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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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의 혁신일까 난제일까 비대면 진료 350만건…디지털 전환·사회구성원 요구 외면 어려울 듯

기사입력2022-03-24 12:38

아픈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원격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약은 배달로 받는다. 이러한 비대면 진료는 그 동안 상상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꿨다. 2020년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감염병은 훨씬 오랫동안 맹위를 떨쳤고, 확진자도 크게 늘었다. 그만큼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 본 국내 환자들도 훌쩍 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환자 수는 2020년 2월에는 2만4727명이었지만, 2021년 1월에는 159만2651명으로 늘었다. 2022년 1월 기준 누적 비대면 진료 환자 수는 352만3451명에 이른다. 비대면 진료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서비스는 어느덧 우리 일상 속에서 점점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각광받는 이유와 우려되는 사안은 무엇이고,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짚어본다.

◇접근성과 편의성…비대면 진료 각광=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 전화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사의 상담을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는 의료시스템을 뜻한다. 환자는 음성이나 화상 통화, 앱을 통해 불편한 증상을 설명하고, 환자의 과거 병력과 약물 복용력 등을 체크한 뒤 치료의 방향을 결정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알맞은 약을 처방한다. 환자는 처방전과 의약품을 약국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나 배달로 받아볼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시간상, 거리상,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 방문이 어려웠던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자택에 격리해야 하는 1인 가구,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나 어르신, 만성질환으로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아야 하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이 커진다.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앱은 굿닥, 닥터콜, 솔닥, 닥터나우, 올라케어, 나만의닥터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앱을 이용하면 예약부터 진료, 처방, 약 배송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간편하다.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닥터콜은 상급병원 진료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비대면 진료 앱들은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는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230만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 140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라케어는 서비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건을 달성했다. 누적 진료 건수는 150만에 달한다. 특히 지난 2월 한 달 만에 3배 이상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대면 진료가 장점이 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사회구성원의 요구 또한 마냥 외면할 수는 없기에, 향후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비대면 진료 왜 불법일까…우려되는 점은=비대면 진료는 그 장점도 있으나,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일 뿐, 현행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후 진단서와 처방전을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비대면 진료는 왜 불법일까? 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지거나 환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허용에 각각 반대하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는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환자의 안전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환자에 따라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꼼꼼한 진료나 복약지도가 이뤄지기가 어렵다.

오진이나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앱에서 다른 환자에게 가야 할 약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 배송된 사례가 있다. 이럴 경우 책임 소재를 약사, 배달원, 플랫폼 사업자 중 누구에게 물을지 어렵다. 최근 어떤 약국은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불법 복제약을 판매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도 대책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가 본격 도입될 경우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상대적으로 동네병원이나 지방병원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의 확산이 오히려 의료 접근성을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처럼 의료 접근성이 높은 지역은 제외하고, 비대면 의료가 절실한 도서 산간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외에 플랫폼 앱의 개인정보 유출 및 관리 문제, 배달 앱과 같은 수수료 인상 문제도 논의해야 할 점이다.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향으로=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의료는 어떻게 될까. 현행법에 따르면 종료돼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사회구성원들의 요구 또한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향후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의 안전과 올바른 의료체계 확립이라는 원칙을 공고히 한다면, 비대면 진료가 의료현장의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2021년 10월, 국회 보건복지부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필요한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대상을 산간벽지 거주자,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거동이 불편해 대리처방이 필요한 환자, 수술 후 관리환자 및 중증 희귀난치질환자, 만성질환자 등으로 규정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는 보완수단이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비대면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의 운영을 금지한다. 비대면 진료에서 의료인이 책임지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명확히 규정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는 국가가 보상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자리잡는다면 노인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의료서비스가 가장 절실한 사회계층은 노인인데, 정작 고령층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면 관련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