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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곳곳 ‘손톱 밑 가시’ 어쩌나
‘비영리’라 중소기업 지정 불가…지정기부금단체 적용도 안돼
- 기사입력2014-10-13 00: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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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관련 교육, 컨설팅 등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사회적조합) SE임파워는 올 상반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발주하는 용역에 입찰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공공기관 조달사업 참가자격을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제한했는데, 이곳은 중기 지정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도메인 업체 후이즈가 후원해 준 사무실 임대료에 대해서는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해 줄 수 없게 돼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모두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김성기 SE임파워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서울시협동조합상담지원센터가 제도개선 토론회의 자리를 펴자 여기저기서 이런 푸념이 이어졌다.
사회적조합이란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어폐가 적은 다른 말로 풀자면 ▲협동조합이면서 ▲사회적기업의 기능을 하되 ▲비영리조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중소기업 지위 인정 안돼
사회적조합을 비롯한 소규모 조직에 중소기업 지위 부여 문제는 여러 가지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위에서 사례로 든 공공기관 조달시장 참가자격은 물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제도 접근의 권한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적조합은 회원 탈회 때 ‘출자금’을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이를 ‘자본금’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신용대출의 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소기업기본법(이하 중기법)은 중소기업자의 범위에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포함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교집합’과도 같은 사회적조합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아이러니다. 김성기 이사장은 “시장과 금융에 대한 접근성, 특히 자금조달을 위한 돌파구라는 면에서 사회적조합에 대한 중소기업 지위 부여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기 범위에 사회적조합을 추가하도록 중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조합이 일반적인 협동조합과 마찬가지의 사업조직이기 때문에 중기로 묶어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조합의 ‘비영리성’이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이유는 ‘영리성’이 아닌 일자리 창출, 서민경제 활성화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긍정적 효과’를 고려한 정책적 목표의 달성이므로, 사회적조합의 ‘비영리성’에 초점을 맞춰 중기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개정 중기법이 원칙적으로 영리기업을 재원대상으로 삼고 비영리 사회적기업은 예외적으로 지원대상으로 추가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기업에는 영리기업뿐 아니라 비영리기업도 있을 수 있으며, 중기 포함 여부는 영리성이 아닌 종업원수, 지분관계 등에서의 적합성 여부로 판가름하는 것이 중기법의 입법 취지에 맞다고 해석했다.
지정기부금 단체 적용에 제한법인세법 시행령은 지난해 2월15일부터 ‘일부’ 사회적조합에 지정기부금 단체 적용을 추가하면서, 협동조합기본법에 규정된 ▲지역사회형 ▲취약계층 사회서비스형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국가·지자체 위탁사업 ▲기타 공익증진형 등 사회적조합의 5가지 수행사업 가운데 맨 앞의 2가지 경우에만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수행사업을 하는, 앞서 예를 든 SE임파워 같은 곳은 지정기부금 단체가 될 수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전북주거복지협동조합 가온의 활동 모습.<사진=기재부. 2013년 협동조합 우수사례집>
김성기 이사장은 사전에 해당조항을 확인하지 못한 조합 측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사회적조합에 있어 지정기부금 수령의 자격은 후원을 통한 수익 창출과 공익적 성과 제고를 위한 유력한 기제라는 면에서 모든 종류의 사회적조합으로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변호사도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을 위한 수행사업을 2가지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정기부금 적용 대상인 지역사회형과 취약계층 사회서비스형은 적용 대상이 아닌 공익증진형의 예시로도 볼 수 있어, 이를 제외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모순된다”고 밝혔다. 이 범위에 기타 공익증진형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법인세법에서 타 비영리법인보다 사회적조합에만 엄격한 조건을 규정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인세법 시행령을 손봐 지정 대상 수행사업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되 구체적 요건은 기재부장관의 지정행위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 ‘비영리 민간단체’ 맞아?한편 학업의 기회를 잃은 청소년 등에게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는 사회적조합 ‘일하는학교’의 정일부 이사장은 “사회적조합을 육성·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시책이라고 하지만 개개 행정기관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이용자(청소년 및 학부모)의 비용부담이 어려워 고용부의 ‘국비지원교육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려 했는데, ‘평생교육시설’이라는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 사업 참여가 불발된 것이다.
정일부 ‘일하는학교’ 이사장의 발표 ©중기이코노미
일하는학교와 같은 소규모 단체는 2년 이상 사업수행 실적이 있는 비영리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사회단체’로 분류돼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해석을 놓고 행정기관 공무원들과의 논쟁도 공개했다.
이를테면 “굳이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부분 국비지원으로 추진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등의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서”라고 답하면, “결국 영리 목적으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정관을 승인해 줄 수 없다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이 조합은 국비지원 사업 대신 기준이 덜 엄격한 시범사업 등에 매달리게 됐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푸념이다.
이경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사회적조합이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규정하는 ▲영리가 아닌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민간단체일 것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 ▲구성원 간에 이익분배를 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3가지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에 대한 법리적 주장을 조목조목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