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없는 집앞에서 소리없이 비행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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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활주로 없는 집앞에서 소리없이 비행기가 난다 하늘 나는 택시 ‘하이브리드 전기수직이착륙기’ 개발하는 ‘플라나’

기사입력2023-03-24 11:30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막연하게 상상하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요즘에는 멀리 사는 사람과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접었다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나왔다. 최근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인공지능이 무엇이든 척척 대답을 해 준다.

그런데 SF영화에도 자주 등장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에어택시’다. 현재 우리는 먼 곳에 가려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거나 KTX역까지 가서 기차를 기다려야 한다. 만약 집 앞에서 택시를 타듯 간편하게 항공기를 타고 목적지에 바로 도착할 수 있다면, 훨씬 간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빌리티 혁신을 열기 위해 새로운 도심항공교통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플라나다. 플라나가 만드는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알아보고자, 중기이코노미는 플라나의 최고제품담당(CPO, Chief Product Officer) 이진모 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울 집 앞에서 항공기 타고 1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하는 미래

이진모 부대표는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대자동차에서 약 9년간 근무했다. 사용자 관점에서 이동수단을 연구개발했던 그의 경험은 ‘사람들을 위해 보다 편리한 항공 이동수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플라나는 항공 이동의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 먼 곳을 가거나 해외를 갈 때 비행기를 이용하는데요. 아무래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항까지 이동해야 하는데다, 각종 수속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저희는 누구나 집에서 10~15분 거리에 있는 이착륙장에서 항공기를 타고 출발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플라나는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플라나가 만드는 항공기는 ‘하이브리드 기반 수직이착륙 유인항공기(AAM)’다. AAM이란 ‘Advanced Air Mobility’의 약자로, 우리말로 풀어보면 ‘선진항공모빌리티’다.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한데, 과연 무엇일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연기관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삼는 교통수단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다. 요즘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기도 전동화됐다. 전동화된 항공기는 보다 조용하고 친환경적인데, 그래서 이를 선진항공모빌리티라고 부른다.

선진항공모빌리티는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지역항공모빌리티(Regional Air Mobility, RAM) 등이다. 플라나가 개발하는 AAM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지역항공모빌리티(RAM)를 포괄한다.

이동거리와 유·무인에 따른 선진항공모빌리티의 구분과 플라나 기체의 운영범위

<자료=플라나>

“항공기를 전동화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는데요. 최근에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 그리고 경량화 소재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보다 급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먼저, 무인항공기(UAV)는 저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드론입니다. 다음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도시 내에서 이륙과 착륙, 이동이 가능한 항공 교통수단으로, 극심한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하늘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2016년에 미국의 승차 공유서비스인 우버가 ‘Uber Elevate’를 출범하면서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도심 활용을 백서로 제안했는데요. 이때 도심항공모빌리티의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역항공모빌리티(RAM)는 이동거리를 보다 확장해, 먼 거리의 도시를 이동하도록 돕는 교통수단입니다. 기존 국내선 대비 이착륙 장소의 접근성을 현저하게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활주로, 충전시간, 소음’ 없다…3無 자랑하는 플라나 항공기

플라나가 개발하는 항공기는 6개의 틸트로터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전기 수직이착륙기(Hybrid-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Aircraft, Hybrid eVTOL Aircraft)’다. “너무 기술적인 명칭이라”, 이진모 부대표는 “대중에게 보다 친숙한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틸트로터란 비행기 날개 양끝에 달린 로터를 하늘로 향하면 수직으로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고, 로터를 수평으로 하면 고속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한 추진방식을 뜻한다. 수직이착륙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 걸까?

“보통 비행기가 이륙과 착륙을 하려면 긴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량 항공기의 경우 짧게는 500m, 대형 제트항공기의 경우 2k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반면 저희가 만드는 기체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의 경우,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뜨고 내리기 때문에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도심이나 준도심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김포공항의 경우 축구장 1400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반면 플라나의 항공기는 축구장 절반 정도, 또는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옥상 정도의 공간(버티포트)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비상 착륙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플라나 하이브리드 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

<자료=플라나>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나의 항공기는 배터리와 함께 차세대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와 터빈발전기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이 덕분에 충전과 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배터리 기반의 기체와는 달리 별도로 충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저희 항공기는 차세대 항공유를 급유하는 방식으로, 별도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터빈발전기는 배터리의 부족한 에너지 밀도를 보완해 비행 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울러 배터리의 충전량을 가장 건강한 수준 안에서 이용하도록 해 배터리의 화재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용 수명은 최대화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터빈발전기는 추진이 아닌 충전만을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차세대 항공유를 함께 이용할 경우 헬리콥터 대비 90% 이상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헬리콥터와 비교해 플라나 항공기의 장점은 또 있다. 바로 소음이 현저하게 작다는 것이다. 플라나의 항공기는 모터와 인버터의 크기가 기존 내연기관보다 작기 때문에 프로펠러를 6~12개까지 쓸 수 있는데, 프로펠러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소음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저희 항공기는 150m 상공에서 소음 목표를 65데시벨로 두고 있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85~90데시벨의 소음을 내는 헬리콥터 대비 100배 이상 조용합니다.”

플라나의 항공기는 일반 비행기와 같이 날개의 양력을 이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장거리 비행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속도는 얼마나 될까?

“저희 항공기에는 파일럿 1명과 승객 4명이 탑승하며, 순항 속도는 평균시속 300km, 최대시속 350km로 이동합니다. 비상연료를 제외하고 서비스 제공 가능한 비행거리는 500km입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가 약 460km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2025~2030년쯤 새로운 항공기…교통수단 혁신이 일어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진항공모빌리티는 크게 주목하고 있는 혁신분야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할 날이 머지 않았다. 이진모 부대표는 2025년에서 2030년 경으로 예상했다.

플라나 이진모 부대표(CPO)는 “플라나는 누구나 집에서 10~15분 거리에 있는 이착륙장에서 항공기를 타고 출발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플라나는 ‘하이브리드 기반 수직이착륙 유인항공기(AAM)’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플라나>

“2019년 미국 모건스탠리에서 2040년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 시장규모를 1700조원으로 예측하면서, 본 산업에 대한 투자시장도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까지 이미 총 약 10조원(76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주로 기체 개발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데요. 그중 상용화에 가장 앞서고 있는 조비, 아처 등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두 기체 개발사들이 항공기의 형식 및 생산 인증을 목표로 하는 2025년 무렵에 선진항공모빌리티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수많은 이착륙 거점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사회적 수용성 확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합리적인 항공 운임이 책정될 때까지는 보다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즉 이러한 기체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널리 쓰이기 시작하는 시기는 2030년 이후로 예측됩니다.”

이처럼 선진항공모빌리티의 상용화는 기체 제조사만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지기 어려우며 항공기 운용사, 버티포트 운용사, 관제기관, 투자기관 등 생태계 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나도 새로운 항공 모빌리티 시장을 열기 위해 각 부문의 파트너들과 함께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나는 LG유플러스, 제주항공, 볼라투스 인프라스트럭쳐(북미 지역 버티포트 운영사), 스카이스케이프(일본 지역 버티포트 운영사), 서연이화, 첨단항공모빌리티센터(한서대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기체 개발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투자기관으로는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신한자산운용, 퓨처플레이, 디티앤인베스트먼트, 중소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제노인베스트먼트아시아, 엔젤투자(강충현 대표) 등이 있습니다.”

선진항공모빌리티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토대를 다져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검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플라나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한국형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그동안 선진항공모빌리티 산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지만, 현재는 우리나라도 국가적 단위의 지원에 힘입어 전 산업, 국가 연구기관, 인증 및 규제기관이 함께 발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국가 단위의 UAM 실증사업인 그랜드챌린지 1단계 착수를 앞두고 있어 기체사, 기체 운용사, 버티포트, 관제 등을 연계한 검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플라나 또한 기체 실증사의 일원으로,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철저하게 검증할 계획입니다. 항공산업에서의 규제와 인증은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 플라나 또한 조급한 마음을 갖고 서두르기보다 기체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교통수단을 새롭게 개발되고, 그 교통수단이 다닐 토대를 갖추는 데에는 다방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진모 부대표는 새로운 항공기가 다닐 하늘길에 관한 논의, 그리고 항공기에 탑승할 대중들을 설득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고정익 항공기, 헬리콥터, 무인 드론이 하늘길을 각각 나누어 사용해 왔습니다. 선진항공모빌리티가 도입되면 하늘길을 나누어 써야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게 하늘길을 나누어 쓸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전기 추진 항공기가 어떻게 대중에게 친숙하고 안정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 사회적 수용이 중요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 산업 생태계 모든 주체의 노력과 합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시간의 자유와 공간의 기회 창출… 항공 이동의 대중화 기대

선진항공모빌리티가 상용화되는 2025~2030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플라나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어떤 지역이든 당일권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꾸어, 사람들의 행동 반경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플라나는 사람들이 1시간 반 안에 이를 수 있는 생활 반경을 최소 500km까지 늘리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근교에 사는 사람이 집에서 10분 거리의 버티포트에서 항공기를 탑승해, 1시간 반 안에 제주도의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버티포트에 내리는 것입니다. KTX의 등장으로 서울에서 부산, 여수, 동해까지 이동은 당일 여행권이 되었습니다. 플라나는 수많은 지역의 버티포트를 서로 촘촘하게 연결해 가깝게는 인접한 도시까지, 멀게는 제주도까지, 특정 노선에 구애받지 않는 항공 이동 대중화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이제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행동 반경을 넓히는 동시에,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줄어들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특정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하는 등 보다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플라나가 이끄는 항공 이동의 대중화는 그간 우리가 미처 누리지 못했던 시간의 자유와 공간의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00년대에는 라이트 형제가 첫 동력 비행에 성공했고, 1950년대에는 제트 여객기가 등장했습니다. 이어 항공기의 전동화는 앞으로의 항공 역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70년 만에 다가온 새로운 혁신의 기로에서, 플라나는 한국의 민수 항공기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자 합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