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시장제도 미비…글로벌과 기술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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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디지털자산 시장제도 미비…글로벌과 기술격차 “자금조달 수단 ‘토큰증권’…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 필요”

기사입력2025-05-29 17:1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은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은 블록체인 기반 국제 결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고, EU는 사업자 진입 및 영업 규제, 가상자산 거래·공시 규제 등을 포괄한 ‘가상자산시장법안(MiCA)’을 작년 말부터 시행했다. 또 홍콩·싱가포르 등도 ‘가상자산 허브’를 지향하며, 불명확한 규제 영역을 순차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 전자증권법 개정안 등 토큰증권 시장을 위한 입법화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RWA(토큰화된 실물자산, Real World Asset) 시장 진출이 늦어지며,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금융센터가 28일 개최한 ‘가상화폐 금융의 신패러다임 전환인가’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시장 평가 및 우리나라의 대응’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28일 ‘가상화폐 금융의 新패러다임 전환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MMF(머니마켓펀드) 자산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증권 거래와 가상자산 거래가 하나의 체계에서 결합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우리도 가상자산을 단일법으로 통제하려는 접근보다는 ‘자본시장에 준하는 것’과 ‘그 외’로 구분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증권성과 유사한 토큰증권(TS, Security Token)은 자본시장법으로, 나머지 디지털자산은 가상자산법으로 이원화해 규율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통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자산 전체를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가상자산과 토큰증권이라는 두 개의 규율 대상으로 나뉘어야 한다”며, “하나는 가상자산 기본법으로 새롭게 규율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법 내 개정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다. 법률적으로도 이원화를 분명히 해야 혼선이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도박이냐 혁신이냐를 두고 논쟁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지금은 가상자산이 자본시장과 점점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불공정 거래, 공시 부실 등의 문제도 기존 금융시장과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MC(CoinMarketCap)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4750조원에 달한다.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Real World Asset) 시장 역시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RWA는 부동산, 금, 미술품, 와인, 자동차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한 것이다. 2024년 약 6000억 달러(약 824조400억원)에서 2033년 18조9000억 달러(약 2경5957조2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미국은 국채를 토큰화해 발행·유통시킬 수 있는 제도, 시장(사모시장 등), 투자자(전문투자자 등), 발행·유통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근 토큰화 국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토큰증권, 중소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토큰증권은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증권)의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이다. 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토큰으로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등의 형태로 중소기업과 비정형 자산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자본시장법은 증권의 ‘포괄주의 원칙’을 표방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의 권리 추정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분산원장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토큰증권 시장 관련 자본시장 법령 정비는 분산원장의 원본성 법제화, 매출 규제 완화 등 토큰증권의 제도적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토큰증권 계좌관리기관과 전자등록기관의 고객자산 보호 의무와 면책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토큰화된 저가 증권의 투기성 규제 방안도 제안됐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기반 마련 필요=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로 가격이 안정적이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미국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결제, 국채 투자, 디지털 지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곧 달러의 영향력을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공백 상황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특히 USDT)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K-콘텐츠 수출, 글로벌 무역 등에서 디지털 지급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조속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주장했다.

가상자산 규율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1단계로 2023년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제도적 안착과 함께 2단계 입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단계 입법은 ‘사업자–시장–이용자’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상의 불공정거래 규제 및 이용자 자산보호 외에도, 제2단계 입법사항인 발행인의 자격과 의무, 발행 및 유통 공시, 사업자 진입 및 행위 규제, 협회 및 자율 규제, 스테이블코인 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