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 공개범위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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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 공개범위 넓혀라” 주주관여활동 절차 유연화하고 ‘수탁자책임위원회’ 권한 강화도

기사입력2023-06-01 10:3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개혁연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강훈식·김성주 국회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은 31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주주가치 제고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스튜어드십 코드 즉, 수탁자책임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19년 한진칼에 대한 정관변경 주주제안 외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 주주권 행사에 ESG 평가지표를 삭제하고, KT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과도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관치 논란이 일었고, 공익성과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의 주주관여활동이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탁자책임활동 공개범위를 넓히고 유연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경제개혁연대 등이 31일 개최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진단과 모색’ 토론회에서 “공개된 관여활동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질적인 평가는 매우 어렵다”면서, “그러나 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집권세력과 상관없이, 정치적 영향력을 가급적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사실상 수탁자책임활동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의 활동을 살펴보면, 양적인 차원에서만 보자면 2019년 이후 주주관여활동 대상 기업 수와 활동 건수 등이 늘어나 수탁자책임활동 계획이 조금씩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공개 중점관리대상 기업이 단 1곳도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19년 현대엘리베이터, 2021년 삼성전자, 2022년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있었음에도 국민연금기금이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우려해 의결권과 주주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절차 유연화하고 수책위 권한 강화 필요=노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충실한 수탁자책임활동을 위해 주주관여활동 절차를 유연화할 것을 제안했다. ‘비공개대화→비공개중점관리기업→공개중점관리기업→적극적 주주활동(주주제안 등)’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별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6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는 관리기업이 개선의 여지 자체가 없을 때에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대화를 진행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때 사안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다음 단계로 곧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정하자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의 구체적 관여활동에 대한 개입권을 명문화하고 권한과 지위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수책위는 관여활동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개선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상 비공개 단계에서 구체적인 관여활동은 기금운용본부가 수행하고, 최종적으로 적극적 주주활동 여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다.

노 변호사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하게 보장된 수책위가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주도하기 어렵고, 기금운용위나 기금운용본부를 통한 정부의 개입이나 독립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책위가 비공개 또는 공개 단계에서 구체적인 관여활동 내용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회사와의 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곧바로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노 변호사는 ‘예상치 못한 우려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 강화하고, 대표소송·국민소송 도입을=국민연금의 관여활동에 대해 공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기금은 연차보고서의 첨부문서 형태로 수탁자책임활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비공개 대화 등의 내용과 결과를 간략히 공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이 특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공개 관여활동의 결과를 최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해 책임 추궁의 수단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외압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연금기금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힌 인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국가재정법이나 공공기관운영법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국민연금기금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지금이라도 적절한 책임 추궁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국민연금법에도 책임성 제고를 위해 손해배상책임 및 책임의 주체, 추궁 절차 등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보건복지부장관이나 국민연금기금이 손해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가입자단체가 대표소송의 형태로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도록 대표소송 제도 또는 일정 국민 이상이 모여 국민소송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