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 적합업종되면 소상공인도 살수 있다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도매업 적합업종되면 소상공인도 살수 있다 선진화만큼 균형발전 중요…“전경련, 재벌 2~3세만 대변”

기사입력2014-04-15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기중앙회와 중소상인도소매적합업종 추진협의회 공동주최로 ‘도·소매업 적합업종 지정추진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중기이코노미

도매업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시장집중도가 높아졌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소상공인들이 살아날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적합업종 지정 확대 움직임과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는 창조경제 입장에서 손해라며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전경련이 확대 자제를 요구하자 이는 골목상권에 진출한 재벌 2~3세들만을 위한 대변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원종문 교수는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도·소매업 적합업종 지정추진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 “도매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는 도매업의 선진화 못지않게 중소업체의 보호를 통한 대중소 도매업 균형발전이다”며 도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중소업체에게 “아직은 기회가 있다”가 주장했다.

“도소매 모두 대형업체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한가”

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형유통업체가 도매업으로 진출한 원인에 대해 업종별로 살펴봤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대형마트, SSM이 등장하고 편의점이 확대되면서 음식료품과 가정용품 등의 소매시장을 대형유통업체가 거의 장악한 이후 시장 확대를 위해 도매업 진출이 이뤄졌다는 것이 원 교수의 분석이다.

산업용재 도매업의 경우, 구매대행형 MRO사업을 통해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시장 전체가 크게 성장했고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식자재의 경우 도매업체의 파워를 견제하고 연관업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제조기업들이 도매업에 진출하면서 영세상인과 대기업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원 교수는 이처럼 “대형유통업체들이 소매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도매까지 장악하면 도소매 모두 대형유통업체에게 넘어가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바람직한 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도매업은 영세업체 규모가 매우 높지만 대기업의 산업 집중도는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하지만 분야별로 보면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소상공인이 살아날 수 있는 산업도 있다고 원 교수는 분석했다.

2012년 현재 도매업체 중 종사자 수가 1~4명인 업체는 전체의 82.0%에 달하지만 매출액 비중은 25.1%에 불과했다. 반면 50명 이상 대형업체는 0.5%에 불과하지만 매출액 비중은 2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업 규모 현황

<자료=도·소매업 적합업종 지정추진 확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도매업 중 대기업의 영향력이 가장 큰 업종은 기타전문 도매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전문도매업의 경우 50인 이상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통해 조사한 시장집중도가 92.1에 달했다. 이외에 농축산물(49.9), 가정용품(49.9)에서도 대기업의 영향력이 높았다. 반면 음식료품의 경우 시장집중도가 28.9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건축자재(43.2), 기계장비(42.8) 역시 대기업의 영향력이 낮아 “중소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게 원 교수의 분석이다.

대기업의 도매업 진출에 따라 중소기업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중소기업 보호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도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중소도매업단체의 적합업종 지정 요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도매업 적합업종 지정 요구에 전경련 “확대 자제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박해철 중소기업 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미국 야구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구분돼 있다. 권투도 체급을 나눠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지정이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또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를 예로 들며 영세한 소규모 도매상 중에서도 전문상품 도매상의 경우 제조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불공정행위의 경우 공정거래법, 징벌적 배상제 등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적합업종 지정 확대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본부장은 “유통산업은 과거 단순전달에서 최근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산업으로 변화했다”며 일본의 대규모 창조상품 전문유통업체의 출현을 예로 들고 “유통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다면 시장축소가 우려되며 창조의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대기업의 베이커리 사업 등 골목상권 진출이 “재벌 2~3세들의 사업확장”이라며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인 회장은 FTA,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 적합업종 반대논리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반박하며 적합업종 지정의 타당성을 호소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 지원단장은 “적합업종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기업에 국내 시장이 상당히 침해되거나, 전후방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있는 경우와 같이 급격한 시장 변화가 있다면 적합업종 합의를 재검토 하겠다고 얘기해왔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그간의 언론보도를 반박했다.

김상태 중소기업청 유통양극화해소정책 TF팀장은 “동반성장위에 대해 말이 많은데,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합의가 많다”며 “시장 만능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간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