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남겼는데 분쟁…예방하려면 공정증서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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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유언 남겼는데 분쟁…예방하려면 공정증서 유리 자필로 유언을 남겼지만 상속방식 요건 미비로 자식들간 다툼 발생

기사입력2018-01-30 10:39

김광호 객원 기자 (kimpyeon@seoulbar.or.kr)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자연수 김광호 변호사

요즘 유언과 관련된 송사가 많아졌고, 그에 따른 상담도 부쩍 늘었다. 80년대 이전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로 힘들었던 시기였고 장자 상속의 개념이 남아 있었기에, 유언에 대한 개념도 희박했고 일반적인 중산층은 상속할 재산도 별로 없었기에 유언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경제발전에 따라 생활수준이 오르고, 상속은 장자 상속이 아닌 균등 배분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유언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또 유언은 피상속인 뿐만 아니라 상속인에게도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 상담한 사례는 유언방식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준다. 의뢰인의 아버지는 슬하에 자녀 2명이 있었고, 아버지가 70대에 치매 증상이 오자 사후에 재산분배를 대비해 자필로 재산의 대부분을 둘째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하고 사망했다. 둘째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상속한 이유는 장남에게 낭비벽과 정신병력이 있었기에 둘째가 돈 관리를 하면서 형을 돌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버지 사망 후 둘째 아들은 아버지 유언에 따라 상속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이 상속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유언장에 유언자의 주소와 유언자의 날인이 아닌 서명만이 있다는 이유로 유언의 효력을 부인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상속방식에 관해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일반적인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가 자필로 유언을 했는데, 법원은 법에서 정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유언장의 효력을 부인한 것이다.

상속재산 때문에 자식들간 다툼이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적은 비용을 들여 유언장을 생전에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산분할 뿐만아니라,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긴다는 의미도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는 유언에 대해 5가지 방식만을 정하고 있다. 그 방식은 자필증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유언방식마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이 중 제일 많이 하는 방식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다.

자필증서 유언은 말 그대로 자필로 유언의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다. 반드시 자필로 써야하고, 워드로 타이핑하면 효력이 없다.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해야 효력이 있고, 한가지라고 빠지면 유언의 효력이 부정된다. 이 방식은 유언의 내용을 비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사후에 위조, 변조 등의 가능성이 있어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기재하는 것이다. 반드시 2인의 증인이 참석해야 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유언장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해야 한다. 이 방식은 사후에 다툼의 여지는 적은 반면에 비밀유지가 어렵고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경우는, 자필증서 유언 중 일부의 요건이 미비해 유언의 효력이 부인된 것으로, 우리나라 유언의 방식을 알았다면 다툼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필증서 유언과 공정증서 유언 중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으나, 추후 다툼의 여지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공정증서 방식에 의한 유언을 권유하고 싶다. 자필증서 유언을 하더라도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얻어서 작성하는 것이 추후 혹시모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유언장을 작성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도 않고 상속재산 때문에 자식들간 다툼이 있을 것을 생각한다면, 적은 비용을 들여 유언장을 생전에 작성해 둘 것을 권유하고 싶다. 유언이 반드시 재산에 대한 분할만을 예정한 것은 아니니, 사후에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긴다는 의미도 있어 자식들에게 귀중한 삶의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