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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모순에 맞서다

언어의 위력, 메시지가 예술이 될 때…바바라 크루거㊤ 

기사입력2019-08-05 05: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의 모습을 원래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가진 거울 같은 역할을 해왔다(Women have served all these centuries as looking glasses possessing the magic and delicious power of reflecting the figure of man at twice its natural size).”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중에서.

 

만약 당신이 미래의 그림을 원한다면 인간의 얼굴을 영원히 짓밟는 군화를 상상하라(If you want a picture of the future, imagine a boot stomping on the human face, forever).”조지 오웰, ‘1984’ 중에서.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서울에서 개인전 바바라 크루거:포에버(BARBARA KRUGER:FOREVER)’를 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지난 627일부터 시작해 오는 1229일까지다.

 

이 전시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무제(영원히)[Untitled(forever)]’라는 공간 설치작업이다. 전시장 입구에 한 글자당 6m나 되는 충분하면 만족하라라는 작업(그가 반복적으로 쓰는 Plenty should be enough를 한글로 옮긴 작업)을 지나서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장을 제외한 벽과 바닥에 큼지막한 글자로 도배가 돼 있는 공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 공간이 무제(영원히)’ 작업이다.

 

‘무제(충분하면만족하라)’, 바바라 크루거가 한국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제공=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정희승>

 

그 장소에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 1929)’에 나온 글귀인 지난 수 세기 동안 여성은 역할을 해왔다와 조지 오웰(George Orwell)‘1984(1949)’의 글귀인 만약 당신이 군화를 상상하라등이 영어 대문자로 정면과 바닥에 쓰여 있다.

 

좌측에는 마지막에 다른 무언가 시작된다(In the End, Something else begins), 마지막에 넌 기회가 있었다(In the End, You've had your chance)”로 시작해 마지막에 희망은 사라졌다(In the End, Hope is lost)”로 끝나는 총 9개의 마지막에(in the end)’ 문장작품[Untitled(IN THE END)]이 있다.

 

우측에는 전쟁 시간, 전쟁 범죄, 전쟁 게임, 갱 전쟁, 내전, 성전, 무역 전쟁 여성 없는 세상을 위한 전쟁, 당신을 찾아오기 위한 나의 전쟁(War time, war crime, war game, gang war, civil war, holy war, trade war war for a world without women, war for me to become you)”이라는 총 14개의 전쟁 문구가 적힌 전쟁문장작품[Untitled(WAR TIME, WAR CRIME)]이 있다. 관람자는 이 거대한 글자의 압박감에 무엇을 느끼게 될까?

 

‘무제(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1987, Photographic silkscreen on vinyl, 284.5×287cm(framed)<출처=MoMA>
크루거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1987년 작품인 무제(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Untitled(I shop, therefore I am)]’일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ōgitō ergo sum; I think therefore I am)”를 비틀어 미국의 소비사회를 비판했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신용카드 크기의 빨간 직사각형과 그것을 엄지와 중지로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흑백사진을 결합한 이 사진 몽타주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후기산업사회에 인간의 모든 것이 상품화 돼버린 자본주의 체제를 각성하게 했다.

 

크루거는 이외에도 당신이 기뻐하는 순간은 군사전략의 정교함을 품고 있다(Your moments of joy have the precision of military strategy, 1980)”, “감시는 당신을 바쁘게만 할 뿐 별로 쓸모없는 일이다(Surveillance is your busywork, 1983)”, “나를 사줘. 나는 너의 생활을 바꿀 것이다(Buy me. I’ll change your life, 1984)”,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 1989)” 등의 문구를 흑백사진과 결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렇듯 그는 자본주의, 권력, 성차별, 정체성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강렬한 메시지와 사진 이미지를 결합해 담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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