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스’에 미술작품 담아 문화의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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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오예스’에 미술작품 담아 문화의 꽃 피우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아트 콜라보레이션] ② 크라운-해태제과

기사입력2013-12-02 19:05

김효원 스포츠서울 기자 (eggroll@dreamwiz.com) ㅣ다른기사보기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이제 유통업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각종 기업들은 저마다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미지 개선효과는 물론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예술을 제품 생산에 접목하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뛰어넘어 직원들이 예술적 소양을 높여 예술성이 담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이색 아트 콜라보레이션 사례를 알아본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 감성의 날개를 달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제품 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아트마케팅을 두루 도입하고 있다. 이는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이 추구하는 ‘AQ’(Artistic Quotient·예술가적 지수) 경영의 일환이다. 윤 회장은 예술만이 현대에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 개개인의 예술가적 지수가 높아질수록 제품 전반에 예술적 감성이 담긴다고 강조하며 아트 경영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새롭게 변신한 해태제과 오예스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고객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마케팅은 무척 다채롭다. 먼저 과자나 기타 제품 포장박스에 유명 화가의 그림을 도입했다. 해태제과 ‘오예스’ ‘발리(BALLY)’,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등은 예술을 제품에 도입한 사례로 꼽힌다.

해태제과는 2007년 ‘오예스’ 포장 박스에 심명보 작가의 미술 작품인 ‘패션 포 뉴 밀레니엄’의 장미그림을 프린트해 업계 최초로 박스아트마케팅을 시도했다. 작품 원본을 5억원에 구입해 서울 남영동의 해태제과 본사 로비에 전시했고, 제품 패키지 등에 활용하는 사진 판권 등을 양도받았다. ‘오예스’ 한 상자에 작품 사진 3분의 1씩을 인쇄해 세 박스를 연속해 진열하면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아트마케팅으로 ‘오예스’ 연매출이 30% 상승했다.

해태제과 프리미엄 초콜릿 ‘발리’는 초콜릿 디자인에 19세기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도입했다. 초콜릿 모양이 ‘우물 정’(井)자로 균등하게 잘라지는 것이 아니라 몬드리안의 추상작품처럼 크고 작은 사각형으로 잘라지도록 했다.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디자인도 아트와 만나 새롭게 변모했다. 무늬가 없던 비스킷 표면에 초콜릿으로 S자 무늬를 그려 넣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어 포장 박스에 반 고흐의 유명 그림 ‘해바라기’를 인쇄해 예술적 감성을 담았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이처럼 제품의 디자인에 다양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도입한 결과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제품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적 소양을 키우는 ‘직원의 예술가화’

윤 회장은 직원들의 예술감성(AQ)이 높아지면 직원들의 예술 감성이 자연스럽게 제품에 녹아들게 되기 때문에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감성이 담긴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 예술을 즐기는 것이 먼저라면서 직원들에게 예술을 적극 권장한다. “감성에너지가 높은 직원이 꿈과 사랑이 담긴 좋은 과자를 만들 수 있고 이런 과자만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충족해줄 수 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철학이다.

이에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아티스트와의 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이 저마다 아티스트적 소양을 키우는 ‘직원의 예술가화’로 확대됐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지난 2005년부터 주1회 외부 강사를 초청해 문학, 미술, 국악 등 예술 강연을 듣는 사내 모닝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예술가와 함께 직접 작품을 만드는 시간도 있다. 경기도 장흥에 설립한 송추아트벨리에는 이처럼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평범한 과자회사 직원들이 만들었다고는 믿기기 않을 만큼 놀라운 솜씨를 자랑하는 작업들이 수두룩하다. 서울 남영동 크라운-해태제과 사옥에도 직원들이 과자 포장지로 만든 박스아트 작품이나 페트병 등으로 만든 예술품이 놓여있다. 최근에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각) 작품까지 등장했을 정도.

직원들이 만든 박스아트 작품들은 전국 대형마트에 1년 평균 5000회 이상 순회 전시돼 소비자들을 만난다. 박스아트 전시회는 제품 매출로 이어져 박스아트를 설치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크라운-해태제과의 대형마트 매출은 매년 15% 이상 신장했다. 제과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올 상반기에도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동기 대비 7.5% 증가한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예술을 접하는 직원들의 창의력이 날로 성장해 겨울철에는 눈으로 예술품을 만드는 스노 아트도 펼친다. 매장 밖에 눈으로 조각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는 볼거리를, 점주들에게는 환경미화를 제공한다. 2009년부터 눈이 잦은 강원도 지역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400여 작품을 만들었다. 이런 노하우를 집대성해 2014년 1월3일부터 26일까지 송추아트벨리에서 임직원들이 눈 조각 1000점을 선보이는 ‘2014 스노 페스티벌’을 연다. 직원들의 예술적 활동이 페스티벌로까지 확대되는 성과를 냈다.

매직박스 아트 체험전

국악 활성화를 통해 한국의 흥 되살려

크라운-해태제과가 예술 영역 중에서도 특히 열정을 쏟는 분야는 바로 국악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2007년부터 국악 오케스트라 ‘락음국악단’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국내 정상의 국악 명인들이 공연하는 ‘대보름 명인전’과 기업국악음악제인 ‘창신제’(創新祭)를 열고 있다. 특히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에서 작명한 창신제는 전통 국악을 즐기는 국악 공연의 장이 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직원들은 국악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직접 판소리를 배워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1월에 개최된 ‘제8회 창신제’에서는 윤영달 회장과 임직원 100명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사철가’ 100인 떼창을 펼쳤다. 윤 회장이 도창자(창을 이끄는 사람)로 나섰고 임직원들이 북을 치면서 6분여 길이의 사철가를 불렀다. 100명이 동시에 북을 치면서 판소리 떼창을 선보여 세계 기록 인증기관인 월드 레코드 아카데미(World Record Academy)에 ‘세계 최다 인원 동시 판소리 공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에도 우리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2010년 8월 일본 도쿄 신주쿠 게이오 프라자호텔에서 ‘한일 전통 예술 공연’을 개최했다. 김정수, 정재국 등 국악 명인 14인과 요시오카 류우캔 등 일본 전통 음악가 3인이 참여해 양국의 전통 음악을 교류했다. 2012년부터는 도쿄 키오이홀에서 국악을 일본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한국의 풍류’ 무대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한국의 풍류’ 공연에서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인 양연섭 명인이 신라금을 연주해 일본 관객의 큰 관심을 모았다. 신라금은 1300년 전 신라시대에 일본으로 전래된 악기로 현재 일본 나라현에 있는 왕실 유물 창고 쇼소인에 보물로 소장돼있다. 이 신라금을 복원해 한국의 명인이 직접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윤영달 회장은 “일본 국민들에게 우리 국악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어 매우 기뻤다. 국악이야말로 세계인들의 감수성과 공감을 끌어내며 새로운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확실한 콘텐츠다. 이번 일본 공연에 이어 중국 공연도 추진해 한-중-일 전통음악 교류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정도.

아리랑의 대중화와 세계화 위한 ‘아리랑페스티벌’ 개최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더 큰 목표를 향해 날개를 활짝 펼쳤다. 크라운-해태제과는 올해 ‘2013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후원하며 아리랑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11~13일 서울 광화문에서 펼쳐진 ‘제1회 2013서울아리랑페스티벌’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소중한 아리랑을 온 국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축제다.

이 축제기간 동안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명창이 부르는 아리랑을 듣고, 직접 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부르고, 젊은 감각으로 편곡한 아리랑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우리 아리랑의 맛과 멋을 흠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올해 첫출발에서 받은 시민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시민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할 계획이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아 올해 축제를 성공적으로 출발시킨 윤영달 회장은 “아리랑이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외면하는 것이 안타깝다. 국악은 한국인의 DNA에 각인돼 있는 우리 문화의 뿌리다. 국악 대중화와 세계화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예술가들의 작업처럼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예술가와 손잡고 제품 디자인에 예술품을 도입하는 것에서 출발해 직원들이 직접 예술품을 만들고 예술을 즐기는 경험을 통해 얻은 예술적 감성을 제품에 담는 것으로 확대됐고, 우리 문화의 뿌리인 국악과 아리랑의 대중화를 위한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그 꽃들은 소비자들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내년에는 또 어떤 꽃을 피울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스포츠서울 경제사회부 김효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