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과도하게 대처하되 공포에 떨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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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우한폐렴, 과도하게 대처하되 공포에 떨진 말자 혼란 부추기고 괴담 쏟아낸다면 정치권부터 단죄해야 한다

기사입력2020-01-2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연휴가 마무리되던 27일, 학부모 단체대화창에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요청하는 문자가 올라왔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이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요청 청원’은 청원이 시작된 지 5일 만인 28일 현재, 참여자가 53만명을 넘어서며 중국인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다. 이번 설명절 이슈의 중심에는 오는 4월 치러지는 총선이 아니라, 중국에서 넘어온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있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지난 20일 국내에 입국하려던 중국인 여성이 국내 첫 우한 폐렴 환자로 확인됐다. 이어 24, 26, 27일 각각 두번째에서 네번째 확진자가 확인됐고, 특히 네번째 감염자와의 접촉자가 172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우한 폐렴의 공포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8일 기준 중국내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106명, 확진자는 4500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세계 16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수준의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8일 오전 10시 현재 국내 조사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증환자는 총 116명이며, 이 가운데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5명은 검사가 진행중이며, 97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모두 격리 해제됐다.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으며, 경험한 악몽은 또다시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로 재현돼 여행, 유통, 학교, 학원 등과 금융, 경제, 정치권 등 사회전반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퍼지거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머물렀던 지역의 특정 상점 등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애꿎은 상인도 피해를 입고 있다. 메르스 발생 당시 텅 비었던 거리에 대한 공포가 소상공인들을 또다시 덮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혼란을 가장 잘 악용하는 것은 정치권이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위해 전염병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불안을 조장해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이미 1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전염병인 만큼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대응을 투입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뜨려 불안을 키우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일을 막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과도한 선제조치를 하는데 정치권이라고 예외를 둬서는 안된다.

예방 백신도 없고, 손 씻기 외에는 이렇다 할 예방 방법도 없는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 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