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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으로 가는 길,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

‘비핵지대 외’ 美·中·러 등도 함께 조약…동아시아 번영위해 뛸 시간 

기사입력2020-02-06 09:08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화협 정책위원장·EANEI 이사장
2018, 6·12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선언의 핵심은 평화협정체제 구축에 의한 북한 비핵화 진행이라는 대원칙을 명확히 선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9228일 하노이 2차 북미회담에서 미국은 볼턴을 앞세워, 선비핵화 조건의 빅딜을 제기함으로써 사실상 회담을 파탄시켰다.

 

6·12 북미선언 이후 수개월 간 북미협상에서 미국 측의 최대 관심은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나아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가시적인 조치들을 먼저 취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반면 북한 측은 평화협정의 전단계인 종전선언을 그에 상응해 맞교환할 것을 제기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존 볼턴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종전선언에 가장 반대하고 있었다. 이들은 종전선언에 과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것마저 쉽게 내주어선 안 되는 것으로 삼았다.

 

2018106일 폼페이오는 그의 4차 방북 직전, 일본에서 평화협정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최종적,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가 완수되어야만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6·12 싱가포르 북미선언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무효화하는 발언이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트럼프 탄핵을 위한 코언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20192월 하노이 회담의 파탄은 이미 예정돼 있던 일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후로 2019630일 트럼프의 판문점 방문으로 50여 분간의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있었고, 수개월내에 북미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비핵화를 내세우는 미국 측과 체제안정 담보없이 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북한 측은 공전을 거듭했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다시 2017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면, 또다시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판문점 선언과 센토사 합의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평화협정이다. 어떻게 성공적인 평화협정에 이를 것인가. 4·27 판문점선언에서 언급된 평화협정, 그리고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에 담긴 항구적 평화체제는 비핵화의 일정표와 북미 간 외교 및 경제관계 정상화 일정표를 담아낸 포괄적 일괄타결을 전제로 할 때에만 실현될 수 있다. 일괄타결의 전제는 또한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비핵화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북한의 경우는 소련 해체로 인해 졸지에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의 경우와는 다르다. 또한 남한에는 세계 최강의 미군이 북한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상정하고 상주하고 있다. 협상파인 비건 마저도 비핵화를 모호하게 정의한다. 비건은 2019618일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토론회에서 우리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합의된 정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에 대한 합의를 매우 중요한 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18년, 6·12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선언의 핵심은 “평화협정체제 구축에 의한 북한 비핵화 진행”이라는 대원칙을 명확히 선포했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뉴시스>

 

필자는 4·27 판문점 선언에 그 해답이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의 당사자들이 핵을 겨누고 있는 현실은 북한 일면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가 해법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일시적·가역적 비핵화가 아니라 영구적·불가역적인 비핵지대화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은 남북이 앞장서고 주변 강대국들이 체제안전과 경제보상을 보장한 최초의 성공적인 합의였다. 당시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확립한 위에서 우선적으로 핵무기 시험, 제조, 생산, 보유, 사용을 하지 않으며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설치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상호검증을 행하기로 한 바 있다. 비록 완성되지 못한 합의였지만, 우리는 여기서 단서를 붙잡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한마디로 남북의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이며,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의 체결이다. 남북한이 비핵지대 내당사자들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공식적인 핵보유국들인 비핵지대 외당사자들이 함께 조약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비핵지대화는 현재의 핵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핵까지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조약이 체결되면 북한은 IAEA의 검증을 받으며 국제법적 구속력도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대북 핵 불사용 및 불위협 약속에도 국제법적 구속력이 부여되고,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을 배치할 수도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해온 북한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핵물질 및 핵무기 처리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의 반출을 선호해왔고 북한은 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다만 리비아식 모델을 운운하면서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를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볼턴이 경질되면서, 러시아로의 이전·폐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199112월 소련 해체 후 하루아침에 세계 3, 4, 5위의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4000여 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는 1994NPT에 가입했고, 1996년까지 모든 핵탄두를 러시아로 이전·폐기했다. 14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했던 카자흐스탄 역시 1994년에 NPT에 가입한 데 이어 핵무기의 러시아로의 이전·폐기는 1995년에 완료됐다. 800여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던 벨라루스의 NPT 가입 및 핵 폐기 완료도 각각 1993년과 1996년에 이뤄졌다.

 

이들 3개국의 핵 폐기가 빠른 시일 내에 완료된 데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적 위협감소(Cooperative Threat Reduction, CTR) 프로그램에 따라 러시아로의 반출 방식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 CTR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85월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합의된 데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6월 초 과거 CTR 프로그램의 당사자였던 여야 상원의원 두명으로부터 자문을 얻었다는 사실이 후에 알려지기도 했다.

 

다시 평화협정을 향해 뛰어야 할 시간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선언하고,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지대화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자 한반도 평화체제의 시작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아시아 번영체제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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