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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모범답안 버리고 스스로 만들어라

기업 규모, 제조·서비스, 제품에 따라 각각 다른 스마트공장 

기사입력2020-09-03 13:36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우리 회사는 가공은 물론 조립공정과 같은 대부분의 생산공정이 자동화됐습니다. 제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생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실 우리 회사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전 세계 어떤 베어링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 푸네에 1965년 설립된 SKF 베어링공장이 있어요. 지금도 아시아에서 제일 큰 공장인데요, 이미 그 당시부터 상당히 자동화된 공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베어링을 만드는 한국의 우리 공장은 스마트공장인가요? 아닌가요? 요즘 왜, 갑자기 스마트공장이 난리인가요?”

 

외국계 베어링공장에서 오랫동안 공장장 직무를 역임했던 지인이 필자에게 한 질문이다. 수년 전부터 종종 유사한 질문을 종종 듣곤 했다. ‘스마트공장이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닌데, 왜 갑자기 호들갑을 떠느냐는 물음이다.

 

다른 사례를 보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농심 라면 제조공장, 포스코 철강공장, 한화 케미컬공장, 넥센 타이어공장. LS산전 청주공장. 이들 공장의 공통점은 공정 대부분이 기계나 장치에 의해 자동화됐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무인공장도 있다.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지금도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의 모습일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 제조현장에서 스마트공장은 아주 흔한 보통명사가 됐다. 그 배경에는 정부가 주도한 제조혁신프로젝트가 있었다. 2014년경 제조업 3.0’ 명칭으로 시작된 국가프로젝트는 스마트공장이란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매년 투입됐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스마트공장이란 용어가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돈의 힘 때문에 스마트공장이 이 정도까지 안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지인의 질문에 우물쭈물했다면, 스마트공장이 더 나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이 처음부터 제조기업과 현장에서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부터 추진해 온 자동화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또 작업자가 거의 없는 장치산업 무인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처음에는 다양한 논쟁이 있었다. 그런 크고 작은 논의와 일부의 저항을 거치면서도, 정부가 주도한 스마트공장은 국내에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정부와 정부 산하단체는 더 이상 스마트공장 모범답안을 들이대지 말아야한다. 기업 또한 모범답안을 잊어야한다. 대한민국의 스마트공장을 반듯하고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로 가고 싶다면.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금년 말로 완료되는 정부 주도 스마트공장 프로젝트가 약 2만여 건으로 추정된다. 이런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일본·미국 등 어느 국가도 이 정도 양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과제가 밀고 있는 스마트공장이 무엇인지, 기업현장에서는 아직도 해석이 다르다.

 

본래 혁신적인 개념의 활동에 늘 모범답안을 주는 이가 있었다. 오래 전 정부기관이 스마트공장 정의를 다듬고 개선해, 2017년 말경에 15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를 통해 스마트공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설계개발, 제조, 유통물류 등 생산 전체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선진적 ICT를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유연생산공장이라고. 그리고 스마트공장 수준을 4단계 또는 5단계로 구분해 정의했다. 그것으로 시장을 가르치려 했다.

 

위에서 설명한 사례와 같이 모든 제조공장 현장의 모습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 모두 제각각 다르다. 제조 아이템, 공법, 공정, 설비, 사람 등 모든 생산요소 또한 차이가 있다. 농수산물을 가공하는 공장부터, 자동차·항공기·선박·가전을 만드는 공장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조건에 다른 제품을 생산한다. 그렇게 다른 환경을 무시하고, 스마트공장을 몇 개 용어로 정의해선 곤란하다. 더욱이 그 방향이 아니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몰아가선, 본래 기능과 취지를 가진 스마트공장을 만들 수 없다.

 

기름 냄새 나고 소음과 먼지가 있는 현장에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제조현장의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따라서 스마트공장의 정의도 당연히 기업 현장마다 다르다. 꼭 선진 ICT가 아니어도 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이 아니라 자동화가 더 중요한 곳도 적지 않다. 아예 35S(정품, 정량, 정위치와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질서)가 필요한 현장도 있다.

 

빅데이터니 AI, 클라우드와 같은 멋진 용어는 아직 일부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다. 현장에서는 스마트공장을 정의하고 표현할 때, 품질·생산성·원가·납기·대응능력·시장점유율·영업이익·비용절감 등과 같은 용어가 더 많이 활용된다.

 

모범답안은 채점을 염두에 든 선생님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스마트공장은 모범답안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업 스스로 찾은 답이 정답이다. 중소·중견기업 각자에게 맞는 답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정부와 정부 산하단체는 더 이상 모범답안을 들이대지 말아야한다. 기업 또한 모범답안을 잊어야한다. 대한민국의 스마트공장을 반듯하고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로 가고 싶다면.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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