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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을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포함해야

공장자동화에서 스마트공장으로 가는 가교역할 하는 게 협동로봇  

기사입력2020-09-21 00:0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스마트공장을 방문하는 VIP가 공장방문을 기념하며 사진을 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사진배경에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니,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니 하는 디지털기술을 담을 수는 없다. 그나마 사진배경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생산현황판인 모니터 또는 자동화설비 정도다. 그런데 이런 것은 신선함이 부족하고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때 의외로 좋은 것이 로봇이다. 그러나 펜스 안에 가두어 놓은 로봇은 별로다. 수십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의 스마트공장 이미지와도 잘 맞지 않는다. 

크고 험상궂은 로봇과 달리, 작고 깜찍한 로봇이 작업자 옆에서 일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모습을 사진배경으로 놓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특이한 로봇이며, 사람 일자리를 축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도 가졌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공장을 소개하는 언론보도에서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VIP 사진 속 배경으로 선호되는 협동로봇이,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대상에서 밀려났다.

“디지털기술이 스마트공장의 우선 지원대상입니다. 로봇 활용 같은 자동화는 스마트공장 사업의 1차 지원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스마트공장 지원창구에서 주고받는 이런 안내를 자주 본다. 

스마트공장 사업주체인 중소제조기업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대체 이런 근거가 무엇이며, 누가 이런 정책을 만들었을까?”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가 기업현장에서 종종 등장한다. 거기서 그칠 뿐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항의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벅차고, 여러 이유로 실제 그렇게까지 하지도 않는다. 그냥 넋두리를 한번 하고 지나간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대신 사진 찍기 사례에서 등장한 협동로봇을 좀 더 살펴보자.

협동로봇은 간단히 ‘코봇(Collaborative robot)’이라고도 부른다. 협동로봇은 2008년경 동화에서나 나올만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덴마크의 오덴세(Odense)에서 탄생했다. 이 도시에 있는 덴마크 남부대학(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지하실이 협동로봇의 고향이다. 이 대학 박사과정 학생이던 에스번 오스터가드(Esben Østergaard)와 그의 동료가 3년여 노력 끝에 만든 것이 협동로봇이다.

이들은 협동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 오덴세 지역에 회사를 차렸다. 그것이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이다. 초기 창업기업이 종종 그렇듯 이들은 중간에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 미국의 반도체기업 테라다인(Teradyne)이 통 크게 3억달러 가까이 투자해 인수했다. 그러나 모든 생산과 운영은 덴마크 본사에서 진행된다. 

필자가 유니버설 협동로봇을 한국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봄이다. 협동로봇이 등장한 후 6~7년이 지나서 눈으로 확인했다. 그해 늦가을 필자는 덴마크 대사관 초청을 받아 세미나 참석차 오덴세를 방문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그때 협동로봇 이야기도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그런 계기로 협동로봇은 필자의 관심사가 됐다. 

유니버설 로봇은 전세계 협동로봇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2018년 누적 숫자 기준으로 2만7000여대의 로봇을 전세계 산업현장에 공급했다. 지금은 적어도 3만대에서 4만대 정도 보급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 회사는 로봇산업협회나 시장조사기관 예측을 인용해, 2025년이면 협동로봇 누적 공급숫자를 30만대로 전망했다. 시장수요로 볼 때, 연 평균 50% 성장률을 예상한다. 

소수의 작업자 또는 관리자와 함께 수십대의 협동로봇, 그리고 자동화 기계와 공정이 함께 움직이는 공장이 있다. 말 그대로 거의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공장이다. 이런 일의 주체가 협동로봇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런 협동로봇 시장이 그간 한국에서는 불모지였다. 그러나 한국은 협동로봇 개발에서도 압축성장 능력을 발휘했다. 눈 깜짝할 사이 협동로봇 제조기업이 5개이상 등장했다. 한화·두산·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서넛 뛰어들었다. 또한 미국·일본·대만 등 경쟁국가에서도 협동로봇 제조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시장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많은 기업들이 뛰어드는 중이라 볼 수 있다.

협동로봇의 어떤 점이 스마트공장에서 중요한 것일까? 한마디로 협동로봇은 공장자동화의 길목을 지키면서, 스마트공장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제조현장은 여러 형태로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고 있다. 원자재 처리·가공 공정은 거의 자동화됐다. 자동화가 안된 공정 역시 투자비만 있으면 언제든지 자동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립 또는 이송 공정은 사정이 다르다. 여전히 사람, 작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곳에 솔솔 일어나는 변화가 있었다. 그 주역이 바로 협동로봇이다. 

본래 로봇은 위험한 존재라서 사람과 따로 놀았다. 늘 펜스에 가두어 두고 일을 시켰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런 로봇을 펜스 밖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협동로봇은 새로운 영역에서 바르게 일을 배우는 중이다. 사람이 하던 작업 중에서 한두 가지 일을 스스로 수행한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한다. 위험하지 않을 뿐더러, 혹시 접촉하거나 부딪히면 바로 정지한다. 협동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기존 산업용로봇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협동로봇은 일을 가르치기도 쉽다. 산업용로봇은 오직 전문가만이 가르칠 수 있지만, 협동로봇은 현장작업자도 일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현재 협동로봇은 혼자 조립공정에서 해야 할 전체 일을 완벽하게 완성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가끔 사람이 다가가서 이것저것 도와줘야한다. 예를 들면 원자재를 가져다 일정한 곳에 놓아 주거나, 완성품을 치워줘야 한다. 대신 사람이 하던 다소 복잡하고 반복적인 일을 협동로봇이 처리한다. 사람이 협동로봇이 잘 못하는 일을 살피고, 결과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변화된 작업장에서 작업자에게 여유가 생기자, 협동로봇을 하나둘씩 숫자를 늘리며 함께 일하는 중이다. 작업자 한명과 협동로봇 3~4대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례도 많다. 물론 다른 수준의 변화도 생기는 중이다. 일부 작업장에서는 협동로봇과 작업자가 같은 작업을 함께 처리한다. 작업자가 도구를 들고 있으면, 협동로봇이 작업자를 위해 얼른 부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작업자가 부품을 챙긴 이후 도구를 사용해 수행했던 2개의 공정을, 작업자와 협동로봇이 분업해 작업하는 형식이다.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쉽게 짐작 가능하다. 사람과 협동로봇이 서로서로 상황을 보면서 알아서 일을 찾아 주거니 받거니 할 것이다. 아직은 기술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단계에 이르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당분간은 협동로봇 여러 대가 작업자 없이 일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부에서 추진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작업자는 이런 협동로봇들의 일을 관리하거나 도와주는 정도의 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대부분의 협동로봇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일을 한다. 그런데 협동로봇이 움직이는 대차에 올라타고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모습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부품을 옮기는 일 등에서 이런 모습이 보인다. 협동로봇이 돌아다닐 경우에는 배터리에서 전달되는 직류전기를 이용한다. 서서 일할 때는 교류전기로 일하다가도 전류방식을 전환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공장의 모습은 소수의 작업자 또는 관리자와 함께 수십대의 협동로봇, 그리고 자동화 기계와 공정이 함께 움직이는 공장으로 바뀐다. 말 그대로 거의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공장이 된다는 말이다. 이런 일의 주체가 협동로봇이다. 

VIP들이 협동로봇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바람직하다. 그래야 앞으로 정부나 그 산하기관이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에서 협동로봇 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나 그 산하기관의 주역들은 자신들의 관점으로만 일한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아울러 진정한 스마트공장의 기술혁신 변화나 트렌드를 방해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한다. 협동로봇도 그런 사례 중 한가지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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