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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의 노력 빼앗는 ‘아이템 위너’ 문제 없나

쿠팡 정책…기존 판매자 상품에 매칭 걸어 상세페이지·리뷰 공유 

기사입력2020-09-29 00:00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터넷에서 아동복을 판매하고 있는 A씨. 지난달 회사를 확장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매출이 3분의 1로 감소했다. 원인을 알아보니, 중국·홍콩 등 해외 사업자 이름의 판매자가 같은 아이템을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아이템 위너가 돼 대표 판매자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국내에서 상표등록을 받아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이 같은 아이템을 함께 팔기를 하면 페이지의 제목이나 상세페이지를 해당 상표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A씨는 상표권을 받기 위해 1년 정도 걸린 데다 좋은 댓글을 받기 위해 사은품 등의 마케팅 비용도 월 1000만원 이상 지출했지만, 오픈마켓의 아이템 위너 정책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빼앗기게 된 셈이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경기도와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 21명의 국회의원이 최근 공동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토론회에서 플랫폼 독점력 또는 불공정거래 행위 피해사례발표를 통해 이러한 아이템 위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원이라도 싸면 대표 판매자로 노출…리뷰도 공유

 

아이템 위너 정책은 쿠팡 등과 같은 플랫폼 사이트에 올려져있는 A라는 상품에,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을 매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른 판매자가 상품번호를 복사해서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업로드를 하게 되면, 그 다른 판매자의 상품이 최상단에 올라간다. , 매칭을 하면 페이지의 제목이나 상세페이지도 기존 판매자가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가격이 1원이라도 싸면 대표 판매자로 노출되고 그동안 원 저작권자, 원 상표권자인 판매자가 쌓아왔던 리뷰들도 공유하게끔 되어 있는 구조다.

 

엄 변호사는 대개 매칭이 걸리는 상품은 콘텐츠가 우수하고, 고객응대도 우수해 그 리뷰 등이 좋은 경우가 많다며, 판매자의 수고와 노력이 상당기간 투입되는 것임에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후순위 판매자가 단지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 아이템 위너의 자리를 빼앗아 가게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스템 허점 때문에 그동안 무수히 많은 판매자들이 쿠팡에 클레임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쿠팡은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주장이다. 엄 변호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자신들이 설계한 시스템 자체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계속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고의 내지 중과실에 해당하는 관리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이템 위너부정경쟁행위에 따른 민법상 불법행위

 

엄 변호사는 아이템 위너 시스템이 부정경쟁행위에 따른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해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2010년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판매자들은 쿠팡의 오픈마켓에 제품을 광고하기도 하고, 신속한 반품처리와 품질관리를 통해 우수한 상품평을 확보하는 등 장기간 동안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하면서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의 제품을 아이템 위너로 선정해 다른 판매자가 등록한 대표 이미지와 그에 대한 상품평을 모두 사용하게 하는 것은, 결국 해당 판매자들의 신용과 고객 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또한 특정 판매자의 대표이미지와 상품평을 다른 판매자들의 제품에 사용되도록 유도·방치했고, 그 결과 고객들로 하여금 특정 판매자와 경쟁업체간 구분을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는 상품의 품질, 내용 등을 오인하게 하는 선전 또는 표지로써 상품을 판매한 행위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바항의 부정경쟁행위 내지 그 방조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얘기다.

 

법률상 책임 회피하고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불공정 약관

 

더욱 심각한 것은 쿠팡이 이와같은 고의 또는 중대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납품업체에 이전시키는 불공정한 약관을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약관의 제17(상품컨텐츠의제공) 5항에서는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컨텐츠의 사용으로 인해 쿠팡이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등의 법적조치를 당하게 될 경우 판매자가 쿠팡을 면책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이 조항들은 쿠팡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 책임 마저도 배제시키고, 상당한 이유없이 쿠팡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쿠팡이 부담해야 할 위험을 납품업체에 이전시키는 조항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한 약관 제17조 제3항에서는 판매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컨텐츠를 경쟁업체의 상품홍보 등에 활용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판매자로 하여금 쿠팡에게 판매자의 저작물에 대해 이용 목적이나 범위의 제한없이 포괄적·영구적·확정적(철회불가한)으로 권리를 무상 양도하고,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 양도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약관법 621호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며,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는 것이 엄 변호사의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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