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가 다 책임” 플랫폼 불공정계약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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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배달기사가 다 책임” 플랫폼 불공정계약 시정 3개 플랫폼 사업자, 2개 배달기사 대표단체와 자율시정안 합의

기사입력2021-01-20 14:13

“라이더는 (생략) 성인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주류주문 취소를 위해 업주에게 반환하는 등 협조하여야 하며, 만약 이를 위반하여 발생하는 책임은 라이더가 부담하며, 회사에게 법적 문제 발생시 라이더가 본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 한다.”

미성년자의 주류주문으로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배달기사가 비용을 들여 회사를 면책해야 한다는 불공정계약이 시정됐다. 본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회사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합형 배달대행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등 3개 플랫폼 사업자와 라이더유니온 등 2개 배달기사 대표단체가 불공정한 계약조항에 대한 자율적인 개선방안 마련에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배달서비스 업계와 노동계는 배달서비스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의 논의를 거쳐 배달대행업 분야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후 공정위는 통합형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들이 배달기사와 직접 맺은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했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배달기사 대표단체가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합의에는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텍터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요기요익스프레스의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쿠팡이츠의 쿠팡 등 대표 플랫폼 사업자 3곳이 참여했다. 배달기사 대표단체로는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 지회가 참여했다.

공정위는 이번 계약서 자율시정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배달기사는 약 6000명 수준으로 추산되며, 2개 배달대행앱을 이용하는 파트타임 배달기사들도 함께 혜택을 받게 된다고 했다.

3개 플랫폼 사업자와 라이더유니온 등 2개 배달기사 대표단체가 불공정한 계약조항에 대한 자율적인 개선방안 마련에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의민족 배달기사들이 배달료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등 표준계약서 내용 반영=기존 계약서에는 앞서 예로 든 주류배달 건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 면책조항이 존재했다.

사고 발생 시에도 배달기사는 사업자에게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규정은 이번 자율시정으로 삭제됐다.

제3자 위탁에 따른 분쟁 발생 시에도, 수탁자는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위탁자를 면책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는 “수탁자는 재위탁과 관련하여 발생한 책임을 위탁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변경됐다.

또 불이익조치에 앞서 절차도 마련했다. 기존에는 사업자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배달기사가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고 사업자가 판단할 경우, 계약해지·프로그램 이용제한 조치 이전에 사전 통보하고 배달기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계약 외 업무조건 제한은 별도의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기존에는 배달기사가 준수해야 하는 서비스기준을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고, 사업자의 일방적인 통지에 의해 정할 수 있었다.

자율시정안은 배달기사의 의무로 규정되는 서비스기준에 들어갈 항목을 제한하고, 중요한 권리와 의무 사항은 별도 합의를 거쳐 정하도록 변경했다.

배달기사가 받는 기본배달료는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기존 계약서에는 기본배달료가 얼마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표준계약서도 반영키로 했다. 기존 계약서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등 표준계약서의 주요 내용이 빠져있었다. 대표적으로,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배달기사에게 배달료 지급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수 없으며, 지급한 배달료를 환수할 수 없다는 표준계약서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됐다.

이 밖에 계약 외 업무강요, 특정업무강요, 손해전가, 성별·종교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 방지조항이 계약서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번 자율시정에 참여한 3개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들은 1분기까지 계약을 개선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제출한 자율시정안대로 개선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와 지역 배달대행업체 간 계약서에 불공정한 계약조항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도 점검하고 표준계약서 보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